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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하루종일 유투브를 보다

종마(宗唛) 2021. 6. 24. 15:34

나는 고등학교때 이과를 선택했다. 막연히 가고 싶었던 대학의 학과는 역사학과와 천문학과 였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않았던 나는 하고싶은 역사와 천문학은 공대로 가서 취직을 통해 경제적 생활능력을 확보 후 취미로 공부해도 된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 당시 한편 속으로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취미로 하라니 아버지께서 나를 폄하하시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공대로 가서 취직을하여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살아왔다(나는 전공한 공대와 전혀 관계없는 경영분야인 영업, 마케팅쪽으로 취직을 했다). 동시에 역사, 천문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은 늘 나의 취미생활처럼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분야다. 아버지께서 조언하신대로 살아가고 있다. 나쁘지않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내가 궁금한 분야의 정보인 우주에 관한 내용이 궁금한게 있어서 아침식사 후 유투브로 보았다. 유투브로 아침을 시작하기는 처음이다. 유투브에 대해서는 한번쯤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사례

 

학교공부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를 위해 얼마전부터 격주로 일요일에 가족토론 시간을 갖자고 하여 집사람과 아이와 셋이서 일요일 늦은아침에 기회될때 마다 한시간 반쯤 시간을 갖는다. 지난달 주제 중의 하나는 인공지능이었는데 나는 기존의 습관대로 책을 사서 읽고 네이버로 관련지식을 검색했다. 아이에게 주중에 틈틈이 관련 지식을 보고 있냐고 물었더니 유투브를 보고 있다고 했다. 책도보고 네이버 검색으로 다양한 전문가의 블로그라도 보라고 아이한테 조언을 했다. 아이는 그러는척 하더니 유트브 영상을 차라리 몇가지 더보는 것 같았다. 작년에 회사에서 들었던 트렌드관련 강의가 생각났다. 아날로그세대와 디지털세대의 차이중 하나로 우리아이들은 네이버가 아닌 유투브로 검색한다는 것이다. 일요일 토론시 아이의 지식은 나에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은 나는 그것이 나의 지식이고 유투브로 전문가의 해석까지 들은 아이는 그냥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일수도 있으니 토론이 끝난후 아이에게 나중에 관련책도 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나의 사례

 

사실 그동안 많은 곳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보기에는 쉬우나 책과는 달리 보는동안 생각을 안하고 행간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종이독서가 더 낫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그래서 나 또한 유투브보다는 책을 선호해왔다. 오늘 아침 우연히 유투브를 접속하고 몆가지 관심분야의 영상을 보다가 식사와 몇가지 집안일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8시간째 유투브에 빠져있다. 정말다양한 분야의 영상을 보았다. 엔터테인먼트 영상도 많이 보았고 책을 사놓고 묵히기만 하고 있는 양자역학 영상도 서너개 보았다. 이해는 거의 가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쌓은 지식으로 사놓은 양자역학 관련 책에 더 수월하게 다가 갈수 있을것 같다. 책을 본다고 이 영상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에서 영상을 통한 지식습득을 내스스로 좀 폄하했는데 사실 특강이나 저자 강연회도 직접못보고 영상으로 보면 같은것 아닌가? 난 특강이 절대 지식전달에 책보다 뒤쳐진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거나 강의를 듣고 책을보면 이해가 더 잘될 뿐이다. 그리고 보거나 읽는 순간에는 말 그대로 책은 행간의 사고를 할 수 있으나 시차를 두고 생각하면 내가본 유투브 영상속 지식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되새기고 사고한다면 시차만 있지 책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론 


하루종일 유투브를 본 오늘 뭔가 그럼에도 허전하다. 이상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무능력한 퇴직자 비슷한 생각도 든다. 같은 시간동안 만약에 책을 보았다면 안그렇게 느껴지고 보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을 가졌을것 같기도 하다. 책이 유투브보다 낫다 라는 것은 당연히 내가 나한테 씌운 심리학적 올가미일 가능성이 크다.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사람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이 웬지 더 지적(知的)으로 보인다.

 

두개는 교차도 가능하고 강의와 비슷한 유투브는 책보다 더 효과적이다. 단지 자의적으로 펼쳐야 하는 책과는 달리 재밌는 영상이 많은 유투브는 그냥 거기에 빠져서 게임에 빠지는 것 같은 위험성은 있다. 또 공부하는 영상도 몰입을 잘 못하고 재밌는 영상으로 쉽게 넘어갈 위험도 있다. 글써 나는 책을 읽을때도 과연 지속 몰입시간이 프레임단위로 나누면 10분 이하인 경우가 많다. 책이나 유투브나 지식의 소스일뿐이다. 지식의 소스 보다는 내가 어떤 지식에 왜 호기심을 갖고, 집중하고, 더 깊게 공부하고, 지속하면서 되새겨보고, 그리고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는게 더 중요할 뿐이다.

- 2019.0529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