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나이로 5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이해속도가 느리고 집중력이 부족하여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 누군가로 부터는 나에게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넓히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마음을 가다듬고 인격을 수행하라는 조언도 듣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책은 생존을 위한 식사, 몸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함께 일종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금 이라도 책을 읽어야지만 마음의 안정이 유지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폭발적으로 독서를 한 시기는 50년 인생에 세번정도 있다. 첫번째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집이 강릉 시내에서도 좀 떨어진 시골인지라 당시에는 주말에 차편도 별로 많지 않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수도 없었다. 공부가 하기 싫어질 때면 집안일 외엔 할게 없어서 어느 순간 사랑채에 있던 책들을 꺼내읽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한때 역사과목 선생님이셨던지라 집에 있는 인문서적은 넘치고도 넘쳤다. 그때는 이해도 잘 안갔지만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호승심도 생겨서 주로 역사책과 철학관련 서적을 읽었다. 어느순간 야한서적에도 빠져서 성적이 중상위권에서 전교 꼴등까지 곤두박질을 친 기억이 있다. 그때 기억에 남는 책은 '십팔사략'과 '돌베게', '반금련뎐' 등이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30대 초중반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다양한 기업체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경험이 없던 분야도 있었기에 프로젝트 관련 지식이 필요해서 주로 기업의 경영혁신이나 마케팅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당시는 인문서적은 손도대지 않았다. 당시 읽었던 책 중에는 필립코틀러의 '미래형 마케팅', 오마에겐이치의 'Mind of Strategist' 같은 제목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세번째는 40대 중반이었던 2014년 즈음인데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홍익희 교수의 '세종교 이야기'라는 책을 지인의 소개로 읽고나서 갑자기 몇 년정도 유사한 분야의 푹 빠졌다. 이것도 불과 2~3년 정도하다가 다시 책과 멀어젔다.
그러다가 50대를 막 넘어서는 약 3년전 개인적인 일로 퇴직을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후 주로 과학철학, 역사, 종교 등 일상생활과는 멀어진 내용들을 접하게 되었다. 50대라면 그렇게 오래산 것도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조금씩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지식이나 일상적인 인문학도 하찮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런 책들을 읽게 되었던것 같다. 기억에 나는 책들로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대브라운의 '오리진', '티벳 사자의 서', '반야심경'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을 너무 읽다보니 일상이 하찮아 지면서 일종의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어느순간 일상에서 손을 놓게되는 심리적으로 다소 위험한 순간에도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요즘 느끼는 것은 종교에 귀의하거나 개인적인 수도자가 되거나 혹은 가족과 및 주변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고 외진곳에 홀로 살지 않는한 너무 일상과 멀어진 책들만 읽는 것은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됨을 느끼고 있다. 일상에 발을디디고 일정부분 경제활동과도 관련된 지식을 접하는게 더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한 생활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대략 아래의 3가지 분류의 책을 동시에 왔다갔다 하면서 읽는 편이다.
1. 과학이나 역사철학 서적
2. 새로운 트렌드나 경제관련 서적
3. 디테일한 일상지식 서적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예로들면 첫번째 분류에서는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두번째 분류에서는 스콧 갤러워이의 '거대한 가속' 세번째는 '구글 업무 활용법 이다.
이런식으로 책을 읽기시작 하니 마음도 안정화되고 훨씬 책이 삶의 자양분이 되는 느낌이다. 혹시라도 독서나 지식습득이나 글 읽기에서 벽에 부딪히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참조가 되었으면 한다.
- 2022.2.5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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