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방문한 지인과 집사람과 셋이서 스톡홀름 인근의 오래된 마을 시그투나에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테이블이 많지 않은 태국음식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메뉴를 보며 식당의 분위기를 보며 편하게 우리말로 떠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식당은 분위기가 어떻다. 옆 테이블은 어느 나라 사람 같다. 음식이 맛이 어때 보인다 등등 아마 주변에 한국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조금 더 주의했을 것 같은 수준보다는 원색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표현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신경 쓰지 않았던 식당의 왼쪽코너의 테이블에 있던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50대 후반 ~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시아계 남자분이 셀프테이블에 배치된 물을 뜨러 가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지나가신다. 순간적으로 이런 작은 마을까지 한국여행객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고 또 한편 말을 너무 막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 등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식사를 거의 마쳤는지 그쪽 테이블은 곧 식당을 떠났다. 떠나는 그들에게 좋은 여행이 되시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우리는 곧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와 음식맛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분이 한국말로 건넨 인사말은 나에게는 한국사람을 만났기에 반갑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감사하기도 했다.
곧이어 여름휴가철이 되어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로 가는 여정에 런던을 짧게 들리게 되었다. 카나리워프에 잡은 숙소로 가는 길에 한국인들의 옆을 지나게 되었다. 얼마 전의 식당에서의 경험이 떠올라 나도 가볍게 인사말을 하며 지나갔다. 짧지만 우리말로 반가운 인사들이 오갔다. 우리 가족은 바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와서 집사람과 아이와 지난번 시그투나의 경험과 조금 전의 인사를 말하며 해외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게 좋을까 아닐까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의견들이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사실 여름철에 유럽의 대도시를 가보면 한국사람은 거짓말을 보태 현지인들만큼 보일만큼 여기저기 많아 보인다. 그들에게 볼 때마다 인사하는 것은 무리기도 하고 소위 오버해 보이기도 한다. 또 단체 관광객도 많다. 그런 경우 얘기를 붙이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
스톡홀름에도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여행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또 나이가 들다 보니 그 사람의 인상만 봐도 말투만 봐도 어떤 사람일지 조금은 판단이 되고 지금이 말을 건넬 타이밍인지도 느낌이 온다. 어쨌든 해외에서 한국인이 많지 않은 좁은 장소나 지역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한국말이 들릴 때 가볍게 인사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 2019.0729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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