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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정의(올바름)에 대한 집착

종마(宗唛) 2024. 10. 21. 06:36

법정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처럼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 처럼 특별한 소수나 혹은 완전히 세속적인 삶을 버린 사람이 아닌한 너무 정의롭고 바른말만 하고 또 그런방식으로 일하는 것 같은 사람은 오히려 때로는 의심스럽고 위험에 보인다고 하면 나의 판단이 이상한가? 특히 그가 현실적인 정치인이거나 사업가라면 더욱 그래 보인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먼지가 있는 사람이 오히려 신뢰감 있게 보인다. 자기와 가족을 어느 정도는 우선시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상식적으로 보인다.

정의? 올바름? 적절함은 다분히 이론적이고 문화종속적이며 상대적으로 보인다. 밴담의 공리주의 이후 다수의 대중을 위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SNS 이후로는 그런 것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나는 아직 도덕적 및 자기 수양에 부족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대중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정의로운 정책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가끔씩 섬뜩함이 들 때가 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한다. 나는 너무 올바르고 기분이 좋은 말만 들으면 이상하게도 마음 깊은 저곳에서 불안감이 스며든다.

정의는 사회나 집단에 따라 상대적이기도 하다.  영어로 옳은 방법을 left way가 아니고 right way라고 한다. 서구사회도 오른손잡이를 오랜 기간 바르게 보았고 중세시대에는 왼손잡이를 마녀로 몰아 마녀잡이 사냥을 하기도 했다. 아마 아주 오래전 씨족이나 부족사회 시절 오른손 왼손의 개념과 언어가 만들어질 당시 그 사회에서 성공했거나 지배계층에 있던 혹은 잘생겼거나 능력 있던 누군가가 오른손잡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른손 사용을 좋은 것으로 보고 그게 언어로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과정에 그렇게 되었고 우리는 관습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의롭고 올바르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내로남불 NIMBY라는 말이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인구에 회자될까? 사실 이론적으로 정의를 정리하거나 원칙적으로 주장은 몰라도 현실적으로 파고들고 실천하고 사회발전, 다수주의, 법치실현 등을 위해 실질적 운용단계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 요즘같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갈등 관계에 일본작가의 말을 빌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루키의 자전적 수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첫 구절이 '링에 오르는 것은 쉽지만 링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했던 구절인데 정의라고 부르짖기는 쉬우나 그것을 자기에게도 그리고 사회운영에 엄격히 오랜 기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예외를 제도나 법으로 두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인다. 단지 실제 적용 시 유연성을 두는 것은 어떨지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될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불륜을 저지른 장수가 있다고 하자. 그는 별로 크게 정의롭지도 않고 욕심이 많다. 대신 뛰어난 군사전략가이고 전투에 강한 군인이다. 반면 매우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장수가 있다. 대신 군사전략에 약하고 적국과의 전투 시 질 것 같은 군인이 있다고 치자. 누구를 장수로 선택할 것일지 막상 선택하라면 쉽지 않다.

나는 때때로 나하고 내 가족 그리고 가까운 친구를 더 위하고 싶다. 그게 남에게 사회에 의도적으로 해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둘러싼 주변과 사회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이 나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나를 둘러싼 사회가 건강하여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기준에만 들어와 있다면 정의로움만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일관성과 합리성을 가진 사람이 더 신뢰감 있고 믿을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을 글을 쓰다 보니 논리적 구조도 안 맞고 생각도 흔들리고 개인적 이기주의도 들어가서 글이 매끄럽지 않다. 하여간 옮바름도 극단적으로 추구하고 집착하는 것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 2019.0924.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