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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그들만의 리그

종마(宗唛) 2021. 2. 26. 03:50

2018년 정도인가 KAIST 정재승 교수의 '열두발자국'이란 책을 읽으면서 구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여러가지 루트 중 특이한 방법을 읽게 되었다.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101번 고속도로 광고판에 '{First 10-digit prime found in consecutive digits of e}.com' 이라는 일종의 알고리즘을 푸는 문제를 뜻한 문장 하나만 적어놓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리즘을 C++프로그램을 통해 푼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www.Linux.org 라는 리눅스 플랫폼 사이트로 로그인 가능하게 한 후 몇번의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서 구글의 채용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광고판의 문구가 알고리즘 풀이 문제라는 것을 알 것이며, 설사 대략 그렇게 알았다고 해도 몇 사람이나 그 문제를 실제 풀기위해 도전하고 또 실제 프로그래밍까지 하여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추측해보면 진짜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약간의 geek같는 특이한 부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나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전산과를 학부때 전공하였다. 당시 처음 '아래한글'이라는 워드 소프트웨어가 복사금지를 걸어서 5.14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서 유통되던 때였는데 나하고는 달리 우리 과에는 실제 지금 실리콘밸리에 창고에서나 볼수 있는 특이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나보다 1년 후배는 지방에서 올라와 거의 동아리방에서 간이 침대를 놓고 생활하면서 머리도 덥수룩하게 기르고 다녔으며 말도 어눌하게 하는 친구였는데 복사금지가 걸린 소프트웨어를 해결해보겠다고 하며 하룻밤만에 이른 풀어서 복사가 가능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청소년기 시절에 멍청한 나의 머리를 깨워서 한 단계 더 눈뜨게 해준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어찌하다 거의 연락이 끊겼다가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닿게 되었는데 이미 10여년전에 해외에 나가서 자리를 잡았고, 글로벌 IT 컨설팅회사에서 프로그램 관련 subject matter expert로 근무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에서는 몰라도 그 친구와 온라인 대화 중 책을 한 권 선정해서 같이 읽으면서 토론하자고 하였다. 거의 13주에 걸쳐서 매일 친구와 토론하다보니 책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고 책 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친구는 여전히 수학 난제 풀이 및 알고리즘 해결을 취미삼아 즐겨하고 있었고 주기적으로 'LeetCode'라고 하는 프로그램 코딩 글로벌 알고리즘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50세가 넘어서 이미 약간 반퇴기에 있어서 맥을 놓고 살고있는 나하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데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관련해서 검색해보니 이외에도 빅데이터 관련 대회인 '캐글'등 유사한 경진대회가 여러가지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고 한국사람들도 적지않게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거의 20년전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시 동갑내기였던 타 컨설팅회사의 친구를 업무협력차 만났었는데 그후 계속 샐러리맨의 길을 걸었던 나하고는 달리 창업을 하여 본인만의 길을 가고 있었다. 아마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때로는 희열도 있겠지만 굴곡도 많았을 것이다. 어느날 페이스북을 통해 2~3년전 그 친구는 실리콘밸리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6개월간 실리콘밸리에서 연수를 받으며 수많은 IT관련 벤처를 탐방하여 자기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있었다. 재작년 가을 강남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을때 받은 느낌은 나보다 생동감이 10년쯤은 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얼마전 그가 50이 넘어서 프로그램 코딩을 배워 중급 수준의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실리콘밸리에는 60세가 넘어서도 새로이 IT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창업을 모색하거나 그 나이에 스타트업 회사에서 취직을 모색하는 게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4차산업혁명이 이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며 '그들만의 리그'를 달리는 사람들이 세상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 2021.0225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