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안 팔린다고 하고 책을 안 읽는 시대가 되었다고 많은 곳에서 얘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하루에 출판되는 서적이 200권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책의 홍수 시대이다. 전업작가나 집필가들이 쓰던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 쓰기를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실제로 한 권 정도 쓰는 사람은 그냥 두세 사람 건너면 있을 정도이다.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고 중학교시절 국어선생님의 피드백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그 이후 거의 30년간 글쓰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40대에 접어들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접한 지인의 블로그에서 자극을 받고 조악한 수준의 글을 쓰기 시작하여 5년 전에 책을 한 권쓰게 되었고 지금은 두 번째 책을 한창 쓰고 있다. 그리고 2~3권 정도의 다음책 콘셉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으며 관련글을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쓰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시청각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실제 글쓰기보다는 유투버가 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글쓰기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실제 잘 만들어진 동영상 제작과 공들여 쓰는 글쓰기와 일맥상통한 점이 꽤 있다.
최근 4~5년간 다독을 겸하면서 글쓰기를 하다 보니 글쓰기의 매력에 대해서 조금은 공유하고 싶어서 이번글을 적어본다. 우선 읽기에 관해 얘기하자면 요즘 독서클럽이 주변에 많은데 혼자 읽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같이 읽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훨씬 넓고 깊게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읽기만 하는 것보다 읽은 내용을 캐주얼하게라도 말하다 보면 읽은 책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읽기와 흘러가 버린 말하기만 하면 그 이해도는 어느 정도 머리나 가슴에 남아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어떨 때는 내가 그 책을 읽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공개, 비공개 모두 가능)와 비슷한 형태로 독서후기를 스스로 간직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스스로만을 위한 기록이라도 독서후기를 쓰면 쓰는 과정에 일부 내용이 복기도 되고 또 이해력도 업그레이드된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후기를 읽어볼 때가 있는데 새록새록 느낌이 되살아나고 이상하게 기록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나중에라도 기억력 재생에 거의 폭발적인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브런치와 같이 온라인으로 글을 쓰고 비상업적 디지털 출판을 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글은 쓰면 분명히 실력이 늘고 독서 후기만이 아니라도 평소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남기면 자기만의 인생기록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개를 하면 더 신중해지고 다듬어진다. 어떤 날의 생각과 느낌은 공개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런 건 혼자만 보면 된다.
공유형 블로그 쓰기와 책 쓰기는 유사한 점이 많다. 두 가지는 쓰는 과정에 근거나 자료원의 명확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조사와 검증이라는 작업이 추가된다. 물론 비상업적 글쓰기는 그러지 않기도 하고 검증이라는 작업이 낮은 수준이지만 출판이라는 단계에 들어가면 이 작업은 매우 신중해지고 같은 내용이라도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보는 시각 깊이도 훨씬 단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냥 읽기만 해도 타인보다 훨씬 넓고 깊게 보는 천재성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책을 쓰려면 그 과정에 관련분야의 글이나 책을 수십 편 이상 보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니 짐작이 가실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쓰게 되면 나만의 일종의 예술작품 같은 산출물을 하나 가지게 되는 장점도 있다. 물론 출판은 쉽지 않다. 자가 출판이 아니라 상업성을 일정 부분 담보해야 하는 출판사와의 계약 진행 및 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출판하지 않아도 된다. 공유하거나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일기라도 좋다. 시간이 지나서 나만의 기록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생각지 못한 긍정적 영향이 나에게 있다. 긴 인생에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하다.
- 2020.1.4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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