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아세안)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베트남과 한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며 -
필자는 24~5년 전인 1995~1998년 경 직장에서 해외영업부에서 근무를 했고 8~9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중구유럽 시장을 약 2.5년 정도 담당했었다. 그때 처음 태국시장에 제대로 된 물량의 CDMA 휴대폰과 필리핀에는 GSM 폰을 수출한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은 국내 대기업들의 부품 생산기지 및 OEM 생산국가로 교류가 있어왔다.
이미 그 당시에도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들보다는 경제상황이 많이 좋았었고 그래서 오히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구미기업들의 OEM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것과는 비교가 된다.
신남방정책이 많이 언급되는 지금까지도 솔직히 나는 구미의 강국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교육받고 지식을 쌓아왔기에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동남아 국가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며 사실 조금 문화, 경제, 기술적으로나 심지어는 인종적으로도 낮게 보는 시각이 몸에 배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종교역사 관련서적을 읽다 보니 서남아시아가 경제적으로는 뒤떨어져 있어도 그들의 역사문화(수메르문명, 인더스문명 등)에 경외감을 가지게 됨에 따라 동남아도 최소한 비슷한 견지에서 이해해야 함을 머릿속에는 생각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어릴 적 즐겨 읽었던 삼국지에 등장하는 남만의 맹획이란 이름을 떠올리니 당시부터 우리가 문화적으로 중국에 영향을 받았듯이 그들도 충분히 당시의 대국이었던 중국의 영향을 받았음을 생각해 보면 고대나 중세시절에 문명적으로 우리보다 뛰 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동남아를 그렇게 보았다면 그들도 우리를 보는 시각이 그러하다. 동남아 인들은 수백 년 전에는 강대국이었던 중국, 근현대는 강국이었던 일본에 대해서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높게 대우하는 게 현실이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2차 대전 전후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있었지만 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다. 18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의 지독한 식민지배에 있었기에 오히려 일본을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해방시켜 준 나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일본의 영향력은 동남아 국가에 투자 및 산업 곳곳에 강력히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한류의 전파 및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젊은 층에서는 중일에 못지않은 듯하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거의 30년 전부터 대우, 삼성을 필두로 한 국내 대기업의 본격적 진출로 우리와 경제적 교류가 깊은 편인데 그게 국가적 차원으로 형제국가 혹은 뭔가 우리가 뭔가 대단한 문화적으로 우위의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전에서 미국 편에서 싸웠고 전쟁 중에 있었을 우리 군인의 행위에 좋지 않은 인식이 상당히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역사, 문화적으로 우리를 별로 안쳐줄 가능성도 내재해 있다. 최근 일부언론 및 유투버들은 베트남이 통보 없이 우리 국민 입국금지나 격리를 시킨 것에 분노, 친일베트남, 베트남 추락 이런 얘기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그동안 한국(한국기업)이 무슨 은혜를 베푼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상호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동남아의 대부분 국가는 우라보다 일본을 가깝게 느끼고 있으며 중국은 두려워하고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의 누적값은 그렇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남아에 공을 들였다. 제품력이 있어도 국가브랜드 선호도에서 뒤떨어져서 그 대신 인구도 많고 당장 구매력은 낮아도 성장가능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몇 년 전에 와서야 동남아의 본격적인 경제 성장과 구매력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기준의 신남방정책은 중국이 매력이 줄어진 상태에서 고육지책으로 그동안 기업들이 쌓아온 노력에 숟가락만 얹었다. 특별히 잘못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선언도 중요하고 지금이 본격적으로 동남아에 노력할만한 좋은 타이밍은 맞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번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정치적 선언이 아닌 실행과정 및 기업들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실패인지 사기인지는 몰라도 국가차원에서 그나마 해외시장 개척을 한 것은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라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최근 베트남이 보인 움직임(특히. 그들의 친일본 움직임과 한국인에 대한 우호감 약화 등)에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면 잠재적으로 모든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력이 올라갈수록 그런 현상은 더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진심으로 신남방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그동안 우리가 유럽, 중국, 일본 시장과 문화를 연구했듯이 그들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 수준도(최소한 인도처럼 고대사라도) 존중해야 한다.
- 2020.0404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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