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습작단편

[습작] 새벽 고독

종마(宗唛) 2021. 3. 12. 02:51

우각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어릴적 고향친구와 대학교때 여자선배가 꿈에 나왔다. 전혀 인연이 없을것 같았던 그들은 꿈속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던 여자선배는 평생 마음 속의 누군가였다. 말도 안된다고 선배의 손을 잡고 나오는 순간 잠이 깨었다. 깨고보니 커다란 시골 고향집에 혼자 였다.
(우각은 스스로를 수행자라고 칭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득도한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 50세가 넘어 불교에 귀의했고, 지난 10년 동안은 산사가 아닌 고향집에서 홀로 지내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밖은 아직 칠흑같고 갑자기 방안의 냉기가 몸서리 쳐진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낙엽을 몰고와 귀찮기도 하지만 낮에는 상쾌하고 반가운 친구 같았다. 깊은 새벽에 들리는 바람소리는 저승으로의 여정에 동반되는 미완성 교향곡 처럼 들린다. 이른 새벽에 혼자 깨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느지막이 보았던 딸아이는 국제결혼을하고 캐나다에서 살고있고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난지는 15년 가까이 된다.

오늘따라 새벽이 두렵고 외롭다. 명상을하고 경전을 읽고 수행을 한지도 30년이 넘어간다. 우각 스스로도 혹은 누가봐도 해탈의 경지에 가까이 갔어야 할 시간이며 나이이다. 죽음에 성큼 다가선 것이 느껴지는 요즘 왜 지난 30년간을 수행만하고 보냈는지 갑자기 회한이 든다. 명상은 그에게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 주었고 산사에는 마음의 평온을 찾아오는 수행자들이 많았다. 그들을 가르치며 그는 그가 드디어 완벽한 수행자에 가까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옛집에 홀로 내려와 살고있는 지난 10년간의 새벽은 그러지 않았다.

이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났거나 몸이 불편하여 거동이 쉽지않다. 시골 고향집은 마을에서 좀 떨어져서 둥그러이 혼자 위치하고 있다. 가끔씩 지나가는 여행객이 길을 묻거나 하기 전에는 대화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렇게 될 것이 예상되어 홀로사는 준비를 오래기간 연습해 왔는데도 왜 이런 고독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잔잔한 고독감이 그가 느끼는 유일한 감성이다. 이제 깊은 먹색의 에너지를 만나러 가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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