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총 4번 정도 서울에 왔던 기억이 난다.
첫번째는 막내고모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6살때 쯤 강릉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게 서울이었는지 정확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다시 물어본 적이 없다. 비행기를 탔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에 옆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넌 참 어린나이에 비행기를 타는구나 라고 했던 기억만 있다. 그때 이미지는 흑백인지 칼러인지 잘 모르겠다
두번째는 춘천에 살 때인데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당일치기로 기차를 타고 서울 구경을 왔던 기억이 있다. 이때부터는 비교적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우리집도 별로 여유가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그날 하루는 '화려한 외출'로 머릿 속에 내재해 있다. 기차를 탔던 기억이 있고 아버지와 로얄호텔이라는 곳에서 음료수를 마셨고 롯데호텔 전망대에 올라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로얄호텔에서는 호텔 내 카페에서 실내벽에 분수가 흐르던 기억이 있었다. 20년이 넘게 지난 뒤 직장에 취직하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게 되어 예전에 내가 왔던 곳이 명동의 로얄호텔이 맞는지 궁금하여 다시 가보니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분수가 그대로 있었다.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서 큰 고모부댁에 가려고 처음으로 택시를 타봤는데 택시기사의 월급이 교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세배쯤이었다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당시 서울의 이미지는 여러장의 컬러사진 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세번째는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이었던것 같은데 무슨일로 왔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서울에와서 둘째 고모댁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던 기억이나고, 사촌들과 또 그들의 친구들과 서울식의 파격적인? 게임을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동갑내기 사촌 여동생의 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놀았는데 참 예뻤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 그때 서울에 와서 느꼈던 도시의 현대스러움과 웅장함을 느꼈던 기억은 일종의 스냅샷 사진처럼 머릿속에 이미지가 잠재해있다. 약간 흐린날이었고 도심의 건물들은 '흑백사진'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그냥 흑백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좋은 느낌의 서울의 도회적 이미지는 그렇게 머릿속에 지금까지도 자리잡고 있고 당시만해도 서울에서 사는 것은 일종의 그냥 영화속에나 느낄 수 있는 꿈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다 이미 서울에서 살거나 직장을 다녔던 세월이 상당히 길어진 지금은 예전에 서울에서 가진 느낌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네번째는 고3시절에 우리학교 야구부가 전국교대회 4강진출이라는 엄청난 일을 벌려서 가을에 입시를 앞두고도 학교에 시위를 하여 서울에 버스를 대절하여 응원하러 오게되었다. 동대문 운동장의 의자중 6백개는 그날 상당수가 부서졌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30년이 넘어가지만 친구들과 만나면 그시절 얘기를 가끔한다. 지금도 동기밴드의 대문사진은 동대문운동장에서 단체로 응원하던 사진이다. 운동장의 의자들이 구역별로 여러가지 색이었던 기억이난다.
오늘 새벽 스톡홀름에서 느낀 공기와 흐린날씨의 도심의 모습이 꼭 흑백사진 같아 갑자기 나의 어릴적 서울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세상은 '흑백사진'이다.
- 2019.0519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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