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인터넷망은 무선망(wireless)이나 유선망(wired) 모두 한국대비 느린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IT 기기의 속도때문에 답답한 적이 많다. 자주 백신프로그램과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기기를 정비하지만 별효과가 없다. 하도 답답해서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니 모바일기기나 노트북 그리고 인터넷 셋탑박스마저 가끔씩 컸다 키라고 한다. 실제해보면 그러는 과정에 알게모르게 설치된 쿠키나 CPU 속도를 잡아먹고있는 캐쉬메모리가 리셋이되어 비워지면서 다시 정상속도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문득 전산소(Computer Center)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했던 30년 전의 유사한 상황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사회에서 나를만나 아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워낙 백지에 가까운 수준이라서...) 나는 대학에서 전산공학을 전공했다. 워낙 인문계 스타일이었던 나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 대학생활 내내 힘들었다. 그러다 군 복무 후 복학을 하면서 이대로 지내다가는 미래의 희망이 없어보여서 적성에 안맞는 공부지만 3학년 1학기는 한 과목만 빼고 거의 A+ 에 가까운 평점(GPA) 4.23인가를 받았다. 평소에 전공 공부에 관한한 나를 안쓰럽게 보는 친구들도 나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한번의 성적은 나한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3학년 겨울방학에 인턴지원에도 요건이 되어서 결국 취직으로 이어졌고, 평점 3.5이상만 지원이 가능한 전산소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했다. 전산소 아르바이트 업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러가지가 있는데 밤늦게 메인프레임의 일부 컴퓨터를 끄고 아침에 일어나면 재부팅하는 업무와 학내의 각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작동을 안하면 출동하여 고쳐주는 업무다. 요즘으로 말하면 IT 기기 서비스 기사가 하는 일이다. 당시는 전부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더미(dummy) 단말기를 사용하던 시절이라 자체 CPU가 없는 단말기 자체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일어날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고쳐야할지 막막했는데 아르바이트 고참들(100% 같은과 선후배들이었다)을 따라다니면서 배워보니 생각보다 단순했다(사실 전부 '전원을 껐다키면' 해결이 되었다 ㅎㅎ). 대부분 네트워크 에러나 단말기의 캐쉬메모리가 꽉차서 생기거나 단말기 전원이 꺼져서 생기는 세가지 문제로 귀결이 된다. 네트워크 문제는 좀더 복잡한대 유선망 시절이라 네트워크 케이블과 중간중간을 연결해주는 라우터(router)라는 장치로 연결되어있다. 전파세기 측정 장치를 가지고 가서 라우터의 on/off 여부나 통신이 흐르고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실제로 네트워크 선로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간 라우터와 연결된 장치를 껐다키면 해결 되었다. 그리고 단말기의 전원을 껐다키면 단말기 문제도 해결되었다. 비교적 자주 아예 단말기의 전원코드도 소켓에 꼳지않은 경우도 많았다.
결국은 복잡해보이는 전산소 아르바이트 업무의 핵심은 전원을 껐다 키는 업무이다^^. 물론 당시는 특히 메임 프레임은 물론 단말기를 재부팅하면서 로그인 과정에 각 네트워크 단계를 로그인 하면서 확인하는 절차가 일반인 한테는 쉽지 않기는 했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IT기기의 문제는 대부분 전원을 껐다 키면서 리셋하면 해결이 되니 세상사는 원리 어찌보면 참 단순하다. 우리의 인생도 사람이라는 개체도 마찬가지다. 살다보면 감정이라는 라우터에 문제가 생기고 CPU라는 두뇌의 캐쉬 메모리가 꽉차서 느려지거나 오작동을 할 수 있다. 뭔가 잘 안풀리거나, 느려지는 듯한 슬럼프에 빠지거나, 그리고 우울감이 커지면 리셋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리셋방법은 많다. 훌쩍 비우고 현실의 고민거리를 잠시 잊어버리게 여행을 떠나도 되고, 재밌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되고,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서 술이나 커피한잔 하며 떠들어도 된다. 새로운 것을 배울때도 리셋이 된다.
'가끔씩 전원을 껐다 키자!'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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