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독서노트

[독서노트] 기술의 충격

종마(宗唛) 2024. 11. 2. 16:19

독서노트(기술의 충격 - 독서후기 1)


2011년 경 출간된 책이고 저자인 케빈켈리는 wired(와어어드)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다. 젊은 시절에 일종의 히피즘에 빠져서 자연을 중시하고 미니멀리즘식의 장기간 여행을 여러 나라로 다니다가 20대 후반 미국을 종단하면서 문득 깨달은 문명과 기술에 대해 인지한 후 기술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보다 한 단계 강한 지적인 충격으로 가득 찬 이 책이 사피엔스보다 거의 4~5년 일찍 출간되었다는데 경외감을 표한다. 이미 번역본이 절판되어 중고책을 구입해 소장하다가 최근에 읽기 시작하였다. 다 읽고 쓰기에는 내용도 방대하고 초반에 읽은 내용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서 일단 1차 후기를 기록한다.

먼저 책의 시작은 우주의 팽창을 얘기하는 기초원리인 에너지의 엔트로피로 시작하여 물질이 시작되고 행성이나 생명체가 조직화되는 엑스트로피를 정의하고 있다. 그 이후 시각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지구와 인류의 발전으로 좁히며 인류진행의 과정 속에 파도가 있었어도 역사 속에서 장기적으로 개선이 일어난 분야로 다섯 가지 수명, 교육, 건강, 부, 그리고 기술을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초중반에는 기술을 생명의 7번째 계로 분류하고 있다.  기술은 인간이나 동물의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의 전유물만은 아니고 인간보다 지능이 뒤떨어진 동물들에게서도 초보적인 기술사용의 흔적들을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의 시작 시점을 지능과 도구사용을 갖춘 인간에서 비롯된 파생된 것이 아닌 약 수십억 년 전의 생명체 발화시점부터 스스로 능력을 키워온 생명의 7번째계로 설명하고 있다.(중고교 시절에 배운 생명체 분류 최상위인 계문강목과속종 중 첫 번째인 계의 6가지 분류에 추가한 것이다). 7번째 계인 기술을 테크늄으로 부르고 있다. 그렇게 분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명체의 핵심은 자기 조직화 능력인데 기술은 그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스스로 인간, 동물들을 도구삼아 자기 조직화와 증폭,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기술의 자기 조직화 과정에 생물학적 생명체인 인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트랜스포머의 오토봇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런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기술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기술은 이제 개별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기술의 물리적 실체는 인간이 만든 도구나 물건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잘 살펴보면 기술은 소위 그렇게 도구를 만들게 하는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리학의 각종 법칙들도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볼 수 있으며 좀 더 좁혀서 최근에는 인간이 창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도 기술측면에서 보면 기술이 진화과정에서 도구인 인간의 지능과 마음을 활용하여 진화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생물학적 생명체가 유일하게 세상을 지배하는 객체라는 것에 도전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하는 질문들은 우문처럼 들린다. 기술은 과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 2020.0513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