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58

[습작 단편] 유대인과 족보

(습작단편) 유대인과 족보 에이브는 지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알듯 모를듯한 이상한 힘에 이끌렸다. 그들은 종교과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처음 만났다. 에이브가 한국에 도착하고는 바로 담당교수와 인사하고 수업에 들어왔기에 미처 같은 연구실의 지현과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종교과학입문은 최근 인기가 많아서인지 공개수업으로 진행되어 박사과정 학생들은 물론 학부나 석사과정의 학생들도 많이 수강하고 있었다. 에이브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였고 그의 집안은 대대로 랍비였다. 그는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종교역사학을 전공했고 최근 과학이 종교의 성역을 하나씩 부수고 들어오고 있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차에 최근 한국의 성균관대에서 과학과 종교를 결합하는 새로운 연구의 시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

[습작 단편] 어느 한국인 소르본 졸업생

기주가 오랜 기간 배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것은 겨우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그는 결혼을 하고 갓 태어난 딸이 있었다. 적지 않은 땅을 팔고 그 돈을 독립자금에 투척하고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임시정부에 발을 디딘 것은 기주의 나의 20살 때였다. 그는 제법 명석한 편이었고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시킨 한학에 대한 공부도 깊은 편이었다. 그는 군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임시정부에서 여러 가지 행정업무를 도왔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척사와의 만남은 그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부터 기주는 군사훈련도 일부 받으며 본인도 언젠가는 독립투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조직을 옮기지는 않고 임정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투쟁의지와 노력을 지켜보던 백범이 뭔가 그런 것은 그와는 맞지 않다는..

[습작 단편] 프로이트의 그녀 1

존이 런던의 햄스테드로 옮긴 것은 막 30대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존은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로 종교역사학을 공부하려던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 기숙사의 관리자로 오게 되었다. 존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가톨릭에서는 비판적 시간으로 보고 있던 성직자 자치단체인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그룹의 한 명이었다. 그는 영특하면서도 독실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면 그는 사제의 길을 걸어야 했으나 그 자신은 사제로서 리더가 되기보다는 논란의 이슈가 되는 오푸스데이 수도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어서 구약성경의 '토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싶었다. 가톨릭이 경직된 것은 7세기 전후 토라의 해석에 ..

[단상] 개인적 자살, 사회적 자살

[개인적 자살, 사회적 자살] 구하라 씨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얼마 전에도 유사한 젊은 여자연예인의 자살도 있었고 내가 좋아했던 정치인의 자살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력 성장과 경쟁사회의 이면에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2위를 십수 년간 차지하고 있는 등 다양한 어두운 면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존자원도 없으며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의 경제력 성장을 저하시키는 정책은 나는 반대한다. 그건 십수 년 뒤에 전 국민을 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는 '경쟁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시점이 된듯하다. 본론으로 넘어와서 우리나라의 자살률 통계를 보면 201..

[단상] 귀중품과 엘빈 토플러

[귀중품과 앨빈토플러] '금'으로 대변될 수 있는 귀중품 및 보석은 수천 년의 역사를 흘러오며 아직도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귀중품을 금이라고 통칭하여 글을 풀어가겠다. 그러면 먼저 금은 왜 비싸고 가치 있게 여겨질까? 첫 번째로 다른 물질들에 비해 보기에 좋아 보인다. 투박한 기타 광물들에 비해 빛깔이 멋있어서 그걸 장신구로 만들어 착용하거나 직물에 삽입 혹은 공예품이나 건축물에 바르거나 활용하면 좋아 보인다. 두 번째는 희소성이 있다. 금이 다량으로 축적되어 있는 금광도 있겠지만 자연에서 얼마 없는 귀한 물질이다. 즉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세 번째 성분의 특성상 용도가 다양하다. 금은 먹을 수도 있고 각종 산업의 기초소재로도 활용도가 높으며 치아 등 의학용 재..

[단상] 8:2에서 2:8로

- 8:2의 세상에서 2:8의 세상으로 (두 가지 행동유형: 사고형 vs 행동형) 경제학의 파레토 최적에서 나온 8:2의 법칙은 마치 자연의 순리처럼 수십 년간 경제학, 경영학, 심지어 비율은 다를지 몰라도 자연과학계도 휩쓸고 다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신중한 사람을 높이 평가해 왔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에서 정착생활을 하다 보니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서로의 코드를 맞추고 이해하는 태도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목민들의 성향을 가진 민족은 그럴 필요가 없다. 먹을 게 있으면 먹으면 되고 잘게 있으면 자면 된다. 단지 광야에서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때로는 대박을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어쨌든 살아온 방식이 달랐을 것이고 그런 차이는 문화적..

[단상] 개발 독재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세대 간/진영 간 간극이 큰 작금의 시절을 바라보며 - 나는 마지막 386세대(지금은 586세대. 즉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 학번을 가진 세대. 이하 86세대)이다. 재작년 조국 장관의 사태와 맞물려 한때 86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86세대를 한국의 세대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싶다. 86세대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령적/시대적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을 모든 것을 가진 기득권으로 보는 언론이나 여론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왜냐면 솔직히 높은 학력, 연공서열, 경력중시, 순혈주의 등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문화를 볼 때 지금 49세~ 50대 후반이 사회적 위치의 정점에 있을 수밖에 없는 나이이다. IMF사태가 없었다면 ..

[단상] 직장 생활 중 미래의 씨앗을 뿌려라

1. 직장생활에 대한 회고 나의 직장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하는 것은 좋아했고 비교적 재밌기도 했다. 어쨌든 2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적인 상황으로 퇴사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여러 번 옮겼다. 이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앞뒤에 소요되는 시간, 감정소모가 굉장히 크다. 물론 좋게 스카우트가 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경우도 새로운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에는 많은 힘이 든다. 또한 이직이 너무 잦은 사람은 인사팀에서 별로 좋게 안 본다. 마지막 직장에서는 거의 10년을 채웠다. 그동안의 이직경험으로 이번에는 회사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로 좋은 오퍼가 와도 움직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니 나가라고 해도 끝까지..

[단상] 왼손 사용 선언

왼손사용 선언 2~3년 전 젓가락을 인생 후반기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선택한 후부터 이따금씩 칫솔질과 젓가락질을 왼손으로 해보고 있다. 오른손잡이였지만 양손으로 젓가락질을 완벽하게 하는 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머릿속에 넣고 몇 년을 굴리다가 나의 후반기 삶의 테마와도 잘 맞아서 그 시작을 젓가락으로 해보기로 했다. 한중일과 베트남 4국이 국가적으로 젓가락을 쓰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나라(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는 화교 등 이 나라들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전파하여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삼국지에 나오는 맹획처럼 오래전부터 중국과 교류가 있어서 오랜 젓가락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외과나 치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위의 중국, 베트남, 한국 출신이라고 한다. 베트..

[단상] 시간: 때우다 흘리다 채우다

시간 - 때우다. 흘리다. 채우다 - 시간은 인류가 발견 혹은 발명한 최고의 상품중의 하나이다. 하루의 낮과 밤, 계절 등의 변화와 출생~성장~노화~죽음을 보면서 인류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달력과 시계라는 시간의 측정도구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드디어 시간을 선, 면, 공간에다 4차원을 구성하는 축으로 정의했다. 정말 대단한 결과물이다. 잠시 옆으로 빠져서 차원이란 물리학적 개념인데 축이 하나 추가되면 차원이 하나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수학적으로 보면 무한히 차원을 늘리는 게 가능하지만 입자와 공간을 연구하여 우주의 실체를 연구하는 물리학적 개념으로 보면 공간적으로는 3차원 이상은 불가능하나 아무리 XYZ에 축을 추가해도 3차원 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시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