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버킷리스트

종마(宗唛) 2026. 5. 16. 23:41

버킷리스트 1 - 밤하늘보기 -

내가 어린시절이었던 70~80년대에는 도시(city)도 전력이나 가로 등 보급이 풍부하지 않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밤에는 쏟아지는 듯한 별들과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우리집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이라 아마 훨씬 많은 것들을 보았을것 같다. 밤하늘의 별들과 달을 쳐다보며 상상하는 동화와 만화는 재미에다 상상력도 더해주었다. 그러다 보게된 영화 스타워즈는 그 상상에 구체적인 스토리와 현실같은 소재도 제공하였다.

수학을 못했지만 어쩌다 고등학교때 이과를 선택했다. 고2때 친했던 반 친구가 수학을 잘했다. 수학만 잘한것이 아니라 몇가지가 남달랐다. 그 친구는 본인의 희망보다는 아버지의 소망대로 육사로 진학했다. 제법 친구 성격에 잘 맞는다고 생각도 들었다. 그의 군생활은 길지 않았다. 지금은 외국에 나가서 정착하여 살고 있다. 친구는 가족이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혼자 작은 자취방에 살고 있었다. 친구집에 가끔 놀러가던 나는 친구의 책 꽂이에서 '코스모스'란 책을 발견했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다. 어느주말 친구방에 놀러가서 코스모스를 꺼내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것 같다. 그 이후 나에게 맞지 않았던 이과의 공부에 빛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이과가 맞지 않았던 나는 사실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전공이 거의 없었다. 그날 이후 천문학과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어떤 대학에 해당 과가 있는지 어느정도 점수를 받아야 하는지는 그때 몰랐다. 뒤죽박죽의 고교시절은 쏜살같이 지나가서 어느덧 고3이되고 지원시기가 다가왔다. 천문학과 관련된 학과는 당시 점수로 1, 2위하는 대학에만 있었다. 나의 점수로는 턱도없는 곳이었다.

세월이 한참 지났다. 아주 간혹 머릿속에는 밤하늘이 있었지만 시간은 흐르기만 했다. 30대 중반 어느날 우연히 진행하는 프로젝트 관련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갈릴레오가 썼다는 천문관측 기록에 관한 책인 '시데리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사고 주말동안 읽었다. 다시금 밤하늘이 보고싶어졌다. 인터넷으로 천체관측 망원경을 검색하고 과학도구를 파는 완구점에도 가보았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쓸만한 것은 저렴한 굴절식 망원경도 최소 몇십만씩 했다. 망설여졌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TV홈쇼핑에서 천체망원경을 특가로 15만원 정도에 판매하는 행사가 있었다. 집에 배달된 망원경을 조립하고 사용법을 익히느라 1~2주가 휙 지나갔다. 수동식이다 보니 처음에는 쉽게보이는 달도 방향을 맞추가 쉽지않았다. 끙끙대다 겨우 맑은 밤하늘에 달을 보았을때는 잠시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네이버 카페 동호회도 가입하고 한번 나갔다. 어린 대학생 친구들이 많았다. 회사 프로젝트가 불이 붙었다. 망원경은 베란다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다 없어졌다. 누군가를 준것 같기도하고 기억에 없다.

은퇴하면 고향집에 내려가서 집을 돌보며 살 생각이다. 언젠가는 고향집 어디엔가 망원경을 사고 설치하고 볼생각에 가끔 마음이 설렌다.

- 2020.0226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