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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세 친구와 흰색 옷의 여인?(Woman in white)

세 친구는 대학동기이다. 요즘은 서로 바쁜나머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데 각자의 생활 환경이 다르다 보니 만나면 할 얘기가 많다. 그 중 한 친구는 오디오와 자전거 조립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제는 자기가 직접 세팅한 자전거들을 원가보다 꽤 높은 가격에 받고 판다고도 한다. 취미생활도 하면서 돈도 벌다니 부럽기만 하다. 한 친구는 프리랜서를 한지 오래되었는데 뭔가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가장 부유한 귀공자 같았는데 세상이 변하다보니 친구의 이미지도 다소 변했나 보다. 나머지 한 명은 원래 늘 평범하다. 뭔가 오늘따라 더 평범하고 밋밋해 보인다. 그래도 세 친구는 30년이란 시간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다 거의 20년전 선배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가던 길에서 지나치듯이 본듯한 흰색 ..

[스웨덴] 스톡홀름 신드롬 vs 리마 신드롬

스톡홀름에 오고 당분간 살집으로 이사도 마친 2019년 4월말 시내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가져 온 여행책자로 2~3일 다녔으나 기초지식이 너무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흥이나지 않았다. 유럽여행을 올때면 간혹 애용했던 유로자전거나라의 투어프로그램도 없고, 마이리얼트립은 있으나 한국어 가이드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가이드는 20대후반 ~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터키계 이민자였고, 현재 경영학 대학원 과정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가끔씩 파트타임 잡으로 하는 가이드지만 당연히 취업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고, 얼마 안되는 수입이지만 스웨덴은 수입이 적다고 세금을 안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약 30%정도의 세금을 낸다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소득세 면제구간이 높은 것 하고는 ..

[독서] 체 게바라 평전을 다시 떠올리며

2009년말 아르헨티나에서 3개월 남짓 살아본 적이 있다. 이 기간 앞뒤로도 5년간 여러번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긴 했지만 대부분 2주 정도의 짪은 방문이어서 체류라고는 하기가 그렇다. 추운 겨울인 한국을 떠나 거의 40시간이 넘는 여정을 거쳐 도착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안겨주는 30도를 웃도는 후덥지근한 날씨는 과연 지구 반대편에 겨울이라는 게 있을까하는 착각마져 안겨주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여러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축구선수 마라도나, 어릴적 보았던 '엄마찾아 삼만리'란 만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나라, 탱고, 와인, 에바페론, 포틀랜드 전쟁, 그리고 체게바라... 20세기 한 때 전세계 4대 부국 중 하나였다는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산유국이자, 세계최고의 스테이크 생산국이며 우슈아이아, 파타고니아 등 넘쳐나..

[습작] 화무십일홍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보았다.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선해보이는 미소... 거의 10년만에 다시 설레임이란 감정이 솟아올랐다. 벌써 기주가 회사를 다닌지도 10년차인데 그녀가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도 아닌데 왜 이제서야 눈에 띄었을지 모를일이다. 혹시 경력사원으로 새로 입사했을까? 뛰는 심장 못지않게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부서일까? 결혼은 했을까? 나이는 몇 살일까? 사내 동아리는 무엇일까? 그날 부터 그녀는 기주의 눈앞에 수시로 등장했다. 구내식당에서, 업무회의에서, 회식자리에서 다른 부서와 조인트가 되면서 한두 마디 어깨너머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개인적인 대화의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날 기주는 친한 입사동기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습작] 새벽 고독

우각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어릴적 고향친구와 대학교때 여자선배가 꿈에 나왔다. 전혀 인연이 없을것 같았던 그들은 꿈속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던 여자선배는 평생 마음 속의 누군가였다. 말도 안된다고 선배의 손을 잡고 나오는 순간 잠이 깨었다. 깨고보니 커다란 시골 고향집에 혼자 였다. (우각은 스스로를 수행자라고 칭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득도한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 50세가 넘어 불교에 귀의했고, 지난 10년 동안은 산사가 아닌 고향집에서 홀로 지내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밖은 아직 칠흑같고 갑자기 방안의 냉기가 몸서리 쳐진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낙엽을 몰고와 귀찮기도 하지만 낮에는 상쾌하고 반가운 친구 같았다. 깊은 새벽에 들리는 바람소..

[경제] 4차 산업혁명과 경제적 가치사슬의 붕괴

이번 얘기도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된 온라인 비대면 판매채널의 성장은 코로나로 인해 퀀텀점프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작년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어려워졌고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이던 각종 대면 유통망들은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오히려 실적이 대부분 증가하였다. 동시에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소부장 중소기업도 실적이 올라갔다. 물론 아마존, 쿠팡 으로 대변되는 거대 비대면 온라인 유통망은 위에 언급 한대로 실적이 천정을 치고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에 있어서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원재료 공급부터 제조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다양한 크고 작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관여하고, 각 단계를 거칠때마다 경제적..

[스웨덴] ICA(이카)에서 커피병을 깨다 - 신뢰의 나라

2019년 2월 스웨덴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스웨덴이 신뢰의 나라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있었다. 스웨덴에는 수도인 스톡홀름에도 CCTV가 별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CCTV가 가득한 우리나라 만큼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시민들간에 신뢰도라는 것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스웨덴 사람들의 신뢰도 얘기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한 번 정리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냥 마트에서 겪은 이야기들로 빗대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스웨덴에 도착한 둘째날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식재료를 사러 임시거주 숙소 근처의 ICA라는 체인형 슈퍼마켓을 다녀왔다. 바게트빵, 살라미, 우유, 과일 등 몇 가지를 사고 집 근처의 괜찮은 카페를 아직 몰라서 급한 김에 인스턴트 커피도 한 통 샀다. 원두커피에 익..

[단상] 일요일 잘 보내기(활기찬 월요일을 위한)

'월요병'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마도 자주 겪는 현상일 것 같다. 단순히 한 주를 버텨내야하는 심리적 압박으로 현상일까? 나의 경우는 원인을 찾아보니 실제 일요일의 하루 루틴을 잘 못보내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밤잠을 설쳐서 피곤하고 힘든 월요일이 반복되곤 한다. 일요일의 잘못된 루틴을 심리적 압박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요일 루틴을 잘 만들면 충분히 활기찬 월요일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일요일 루틴을 망치는 주요 이유 1) 낮잠을 1시간 이상 길게자는 경우 - 아침 잠은 길지도 않지만 한 10시까지 자도 밤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심 이후 1시간 이상 자는 낮잠은 반드시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2) 일요일 밤에 업무나 가정적으로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을 손대는 경우 ..

[습작] 무기력

벌써 십 수년 째다 잠깐씩 돌아오기는 했으나,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원인을 주변으로 돌리곤 한다 결국은 내가 원인 인줄 안다 그냥 무기력하게 살면 안될까? 가끔은 그냥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삶이 나를 그냥두지 않는다 현재의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숨을까? 사람들은 얘기한다 먹고 살만하구나 난 얼마나 먹고 살려고 애쓰는데... 어릴적 고향의 일요일 오후가 생각난다 아버지와 집안 청소를 했다 할 일은 많았다 그래도 뭔가 한가했다 - 끝. 2018.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