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85

[단상] 어느 티벳인(2018.1.11)

벌써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2007년쯤 일것 같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있었던일이다. 그날은 이미 중남미에서 12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탄 후 몇시간 못쉬고 환승하던 터라 피곤이 겹쳐서, 그동안 쌓여있던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하였다. 마일리지를 사용해서라도 몆 번 비즈니스 클래스에 타면 뭔가 경제적 신분이 상승한 느낌이 살짝든 적이 있다. 그날 내 옆자리에는 티벳인으로 보이는(나는 상당기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사람들을 우리보다 낮게보는 듯한 천민 자본주의적인 시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음에도 티벳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10살쯤 많아보이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주 ..

[단상] 무지(無知)와 가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혹은 공부가 깊어지면 다시 신을찾고, 종교에 참여하고, 고전을 읽고, 원리를 찾고, 명상을 하고, 뿌리를 찾고 세상을 관조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무지하다는 반증이다. 결국 복잡한 세상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우니 뿌리에서 가지가 뻗어나갔다고 생각하고 뿌리를 찾는것이다. 그리고 뿌리를 이해하면 마치 가지나 잎을 다 이해한 것 처럼 느끼거나 자위하고 싶을 것이다. 정자와 난자라는 각 하나의 생식세포에서 시작하여 수정후 엄청난 속도의 체세포 분열을 통해 경이로운 수준의 생명체로 성장, 진화하는 인류의 생물학적 특성상 뿌리에서 시작하여 가지로 뻣어나가는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런생각이 든다. 진짜 하나에서 시작하는 뿌리가 있..

[단상] 관계의 Positive 방정식

이글의 맨 아래 링크된 TED영상에서 노년의 하버드 교수는 75년 간의 종단 연구에서 좋고 풍성한 인간관계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보면 첫 머리에 미국의 장수마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태리 출신들이 모여 살았던 장수마을의 사람들은 비만하고 상당수가 고혈압도 가지고 있고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태리의 비슷한 지역에서 이민온 사람들이라 모두가 가족처럼 친근감을 가지고 지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래드웰의 분석결과는 장수의 비결을 행복한 인간관계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늘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제가 30년 가까이 여러가지 책을 읽고 기업과 모임 현장에서 부딪히며 생각해..

[단상]지덕체가 아니고 체덕지

7~8여년전 아이의 교육과 습관문제로 고민이 많던 때였는데 아는 선배께서 존로크의 '교육론'을 읽어보라고 추천하여 주셨다. 해외로 가는 출장 비행기 안에서 그 책을 펴들고 추천사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서울대 교수를 거쳐 경제수장을 잠시 맡았던 조순 부총리와 정운찬 총리가 쓴 추천사인데 추천사의 첫 구절에서 부터 머리를 두드렸다. "지덕체가 아니고 체덕지"라는 구절이었는데 평생 머릿속에 넣고 다녔던 지혜 혹은 지식이 우선이 아니라 체력이 제일 먼저라는 것이다. 조순 교수가 영국의 이튼스쿨을 방문하면서 접한 첫 이미지도 도서관이나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땀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운동하는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억으로는 나의 어린시절 아버지께서는 '덕불고 필유린'이란 말씀을 가끔..

[단상]그들만의 리그

2018년 정도인가 KAIST 정재승 교수의 '열두발자국'이란 책을 읽으면서 구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여러가지 루트 중 특이한 방법을 읽게 되었다.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101번 고속도로 광고판에 '{First 10-digit prime found in consecutive digits of e}.com' 이라는 일종의 알고리즘을 푸는 문제를 뜻한 문장 하나만 적어놓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리즘을 C++프로그램을 통해 푼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www.Linux.org 라는 리눅스 플랫폼 사이트로 로그인 가능하게 한 후 몇번의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서 구글의 채용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광고판의 문구가 알고리즘 풀이 문제라는 것을 알 것이며, 설사 대략 그렇게 알았다고 해도 몇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