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85

[단상] 배경화면

오랜만에 40년 가까이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50줄을 넘어서니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동반된다. 화려한 술집, 고급 식당 이런곳 보다 시장골목 안쪽의 숨겨진 따뜻한 골방이 있는 맛집이 점점 더 좋아진다.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은 항상 재밌는 얘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들어섰거나 직장에서 소위 임원의 자리를 꿰찬 1~2명의 친구들 빼고는 다들 이제 본인 인생의 화려한시절?이 저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느덧 20여년을 다닌 직장에서는 꼰대 취급을 받은지 오래되었고,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다니는 거리를 다니기에는 어색한 나이가 된지도 꽤 되었다. 직장 뒷담화, 취미생활, 아이들 교육 이런 얘기들이 오가다가 역시 남자들..

[단상] 누군가가 멋있어 보일때(2018.1210)

난 이럴때 그 누군가가 멋있어 보인다. 1. 자기 일에 몰입해 있을때 2. 남자가 딱 맞는 수트를 입고 고요히 서있을때 3. 한창 조깅을 하고 있을때 4. 공원의 벤치나 도사관에서 책을 읽고 있을때 5.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때 6. 상대방이 흥분해서 민감하게 반응할때 차분하게 대응하되,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할때 7. 회의에서 번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할때 8. 남모르게 선행을 할때 9. 모임에서 사회를 멋드러지게 진행할때 10. 나의 말에 집중하고 들어줄때 11. 매너있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양보할때 12. 회의를 능숙하게 이끌어갈때 13. 진정성있게 소통을 할때(사실 그대로 고백하는 것과는 다름) 14. 스티브잡스의 애플2 소개 프레즌테이션 15. 밴드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주목시킬..

[단상]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2018.1103)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이 문구를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해탈의 경지에 든 성철스님이 하신 말씀이니 큰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가? 솔직히 그런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너무 담론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 말씀을 두번 하셨다고 한다. 처음에 그러셨다가 몇년 뒤에는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라고 하셨다가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을때 다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말씀을 바꾸셨다고 하니 느낌이 달랐다. 유발하라리는 그의 책 표지에 'everything changes'라고 표현했다. 이 또한 담론이다. 신을 부정하는 표현으로 보여진다. 특히 철학자나 역사학자들의 담론은 허무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고서나 경전에 나오는 담론들은 그런..

[단상] 오래된 지혜, 전문가, 집단지성 그리고 인공지능

오래된 지혜 필자의 어릴 적에는 전해오는 속담, 역사속의 유명인들이 남긴말 및 어른들의 조언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사춘기 시절이나 젊었을적 한때는 잠시 선배들의 생각이나 조언이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이 세상에 등장하는 기기의 사용법이 아닌 개인적 사회적인 어떤 판단을 할때는 점점 더 부모님이나 선배들의 조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단순 상황적인 시비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결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지에 대한 경험이 들어간 판단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집안 일을 판단할때 비교적 사리분별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동생에게 많이 의논하는데 듣기에 딱 적합해 보인다. 동시에 어머니께 조언을 들으면 뭔가 굳이 저렇게 해야하나..

[단상] 외모와 내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2018년 겨울로 접어들던 어느날 고등학교 1학년 이던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며 나눈 대화이다. 기말고사 준비가 시작되니 학원에서 주말에도 아이를 불러낸다. 오늘(일요일) 오전에 아침식사 후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데 남자아이인데도 준비하는데 한참 걸린다. 나는 아침에 출근준비를 일어나서 나갈때까지 씻 는것에서 옷입는 것 까지 길어도 20분을 넘기지 않는데 아이는 나보다 한참 더 걸린다. 그동안 가끔 아이가 준비시간으로 늦는 경우가 있어 닥달하기도 하고 남자아이가 그리고 학생이 왜 그리 치장에 시간을 보내냐고 가끔 잔소리도 하곤했다. 차안에 들어가서 나의 스마트폰을 달라는 아이에게 먼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사람을 볼때 옷입는 모양 등 겉모습인 외모가 중요하니 아니면 내부의 마음이나 인격이 더 중요하니..

[단상] 사직서

회사 후배가 사직서를 냈다. 아이들도 어린데 뜻밖이었다. 이 후배는 3년 전에 한 4개월정도 같은 부서에 있다가 헤어졌는데 그 다음 해에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이후로 가끔 식사도하고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 도와주는 관계가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통한다고 느꼈다. 얼마 전 오랜기간 암으로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후배의 아버지는 16여년을 암과 다투시면서도 같은 임종에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의미있는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아버지는 젋은 나이에 임원이 되셨다고 하셨고 병도 이른 나이에 걸리셨다고 한다. 무엇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삶의 궤적이 후배에게는 이번 퇴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듯 하다. 몇년 전 모시던 어떤 임원은 참으로 열심히 일하시고..

[단상] 기분 좋을때

내가 기분 좋을 때가 어떤 때 인지 한번 정리해 봤다. 1. 휴일 이른 오전에 혼자 카페에가서 커피한잔 받아서 마시면서 잠시 사람들을 둘러볼때 2.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짧은 대화가 유쾌하고 명랑할 때(대화가 길어지면 대부분 조금 이상해 진다) 3. 가족이나 친구들이 심각하지 않은 이슈로 힘들다고 옆에서 투덜댈 때. 그리고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때 4. 평일에 휴가라서 여유있게 새벽에 눈이 떠져서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볼때 ㅎㅎ 5. 누가 만나자고 먼저 연락해줄때 6. 재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때 7. 도심의 안 걸어본 골목길을 걸을때 8.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때 9. 지적자극이 있는 책이나 영화 등을 보았을때 10. 흥미로운 사람과 만나거나 모임에 참가했을때 11. 어머..

[단상] 수학은 발견일까? 발명일까? 진화일까?

사춘기 고교시절에나 던져 봄직한 질문이다. 사추기가 다시와서 즉 인생을 한바퀴 돌고나니 다시 이런 치기어린 질문이 떠올랐나 보다. 고교때 수학을 잘하던 친구가 있었다. 기본적인 미적분조차 헤매고 있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피타고라스 증명이며 당시에도 수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수학 난제들을 스스로 도전해보던 내가 보기에는 수학쪽에서는 천재끼가 좀 있던 친구였다. 우리둘의 관계는 최소한 나의 입장에서는 들쑥날쑥했는데 한때는 매우 친밀하게 느끼기도 했다가 어떨때는 뭔가 좀 소원해진 것 같기도 하는 상태가 반복되고는 하였다. 더구나 사회진출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심지어 사는 나라도 오랜기간 달랐기에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수년만에 친구와 다시 연결이 되어 함께 13주에 걸쳐 '이기적 유전자'를 ..

[단상] 기억이 다르다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영화화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있다. 읽어보지도 못했고, 영화도 홍보 영상만 봤을 뿐이다. 4~5년전 운전중에 라디오를 듣는데 진행자가 이 소설을 가볍게 소개했고 작가의 주제 상상력이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나쁜사람같은 치매환자의 살인에 대한 기억이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에서 시작하는 스토리...) 실제로 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이런 단순한 설정은 아닐거라는 상상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전 어릴때부터 알아온 동네 동생과 옛이야기를 하면서 둘의 옛기억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정말 그때도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재구성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면 동생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인데 당연히 현재 기억나..

[단상] 중산층이 중요한 이유

어찌어찌 살다보니 결혼 후 수지와 분당에서 거주한 기간이 서울에서 거주한 기간보다 늘어나고 있다. 15년 전 처음 수지에 살면서 애용하게된 지역의 콜택시(중앙콜택시)가 있다. 한 번 사용후 그들의 관리 시스템과 기사님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남달라 집과 서울을 오가게 되면 거의 100% 중앙콜택시를 타게 된다. 서설이 길었는데 아래는 기사님과의 대화다. -----------------------------------------------------------------------------------------------------------------------------------나: 요즘 불경기라 힘드시죠. 기사: 한 2년전에 중앙콜택시에 합류했는데 만족합니다. 나: 중앙콜택시가 더 수입이 괜찮은가 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