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 127

[단상] 기분 좋을때

내가 기분 좋을 때가 어떤 때 인지 한번 정리해 봤다. 1. 휴일 이른 오전에 혼자 카페에가서 커피한잔 받아서 마시면서 잠시 사람들을 둘러볼때 2.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짧은 대화가 유쾌하고 명랑할 때(대화가 길어지면 대부분 조금 이상해 진다) 3. 가족이나 친구들이 심각하지 않은 이슈로 힘들다고 옆에서 투덜댈 때. 그리고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때 4. 평일에 휴가라서 여유있게 새벽에 눈이 떠져서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볼때 ㅎㅎ 5. 누가 만나자고 먼저 연락해줄때 6. 재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때 7. 도심의 안 걸어본 골목길을 걸을때 8.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때 9. 지적자극이 있는 책이나 영화 등을 보았을때 10. 흥미로운 사람과 만나거나 모임에 참가했을때 11. 어머..

[단상] 수학은 발견일까? 발명일까? 진화일까?

사춘기 고교시절에나 던져 봄직한 질문이다. 사추기가 다시와서 즉 인생을 한바퀴 돌고나니 다시 이런 치기어린 질문이 떠올랐나 보다. 고교때 수학을 잘하던 친구가 있었다. 기본적인 미적분조차 헤매고 있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피타고라스 증명이며 당시에도 수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수학 난제들을 스스로 도전해보던 내가 보기에는 수학쪽에서는 천재끼가 좀 있던 친구였다. 우리둘의 관계는 최소한 나의 입장에서는 들쑥날쑥했는데 한때는 매우 친밀하게 느끼기도 했다가 어떨때는 뭔가 좀 소원해진 것 같기도 하는 상태가 반복되고는 하였다. 더구나 사회진출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심지어 사는 나라도 오랜기간 달랐기에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수년만에 친구와 다시 연결이 되어 함께 13주에 걸쳐 '이기적 유전자'를 ..

[단상] 기억이 다르다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영화화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있다. 읽어보지도 못했고, 영화도 홍보 영상만 봤을 뿐이다. 4~5년전 운전중에 라디오를 듣는데 진행자가 이 소설을 가볍게 소개했고 작가의 주제 상상력이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나쁜사람같은 치매환자의 살인에 대한 기억이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에서 시작하는 스토리...) 실제로 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이런 단순한 설정은 아닐거라는 상상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전 어릴때부터 알아온 동네 동생과 옛이야기를 하면서 둘의 옛기억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정말 그때도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재구성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면 동생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인데 당연히 현재 기억나..

[단상] 중산층이 중요한 이유

어찌어찌 살다보니 결혼 후 수지와 분당에서 거주한 기간이 서울에서 거주한 기간보다 늘어나고 있다. 15년 전 처음 수지에 살면서 애용하게된 지역의 콜택시(중앙콜택시)가 있다. 한 번 사용후 그들의 관리 시스템과 기사님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남달라 집과 서울을 오가게 되면 거의 100% 중앙콜택시를 타게 된다. 서설이 길었는데 아래는 기사님과의 대화다. -----------------------------------------------------------------------------------------------------------------------------------나: 요즘 불경기라 힘드시죠. 기사: 한 2년전에 중앙콜택시에 합류했는데 만족합니다. 나: 중앙콜택시가 더 수입이 괜찮은가 봅..

[단상] 지적선택 vs 자연선택

'사피엔스'라는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의 생존/진화방식이 수십 억년의 오랜기간의 자연선택*에서 지능이 높아진 현생인류인 사피엔스의 뇌력의 향상으로 만들어진 지적선택**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자연선택: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하는 선택으로 진화유전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잡종교배, 혹은 물속의 사는 생명체의 아가미 발달, 하이에나가 사자가 먹고버린 뼈를 좀더 잘 발려먹으려고 발달한 강한턱 등 즉 주로 생존의 입장에서 벌어진 행동으로 생존과 연관되지 않게 불필요하게 다른 동물 및 생명체를 말살시키는 행동은 적다. 한편,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일부 사회성을 가진 곤충집단에서 상대집단의 집단말살을 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지적선택..

[습작] 세 친구와 흰색 옷의 여인?(Woman in white)

세 친구는 대학동기이다. 요즘은 서로 바쁜나머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데 각자의 생활 환경이 다르다 보니 만나면 할 얘기가 많다. 그 중 한 친구는 오디오와 자전거 조립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제는 자기가 직접 세팅한 자전거들을 원가보다 꽤 높은 가격에 받고 판다고도 한다. 취미생활도 하면서 돈도 벌다니 부럽기만 하다. 한 친구는 프리랜서를 한지 오래되었는데 뭔가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가장 부유한 귀공자 같았는데 세상이 변하다보니 친구의 이미지도 다소 변했나 보다. 나머지 한 명은 원래 늘 평범하다. 뭔가 오늘따라 더 평범하고 밋밋해 보인다. 그래도 세 친구는 30년이란 시간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다 거의 20년전 선배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가던 길에서 지나치듯이 본듯한 흰색 ..

[독서] 체 게바라 평전을 다시 떠올리며

2009년말 아르헨티나에서 3개월 남짓 살아본 적이 있다. 이 기간 앞뒤로도 5년간 여러번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긴 했지만 대부분 2주 정도의 짪은 방문이어서 체류라고는 하기가 그렇다. 추운 겨울인 한국을 떠나 거의 40시간이 넘는 여정을 거쳐 도착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안겨주는 30도를 웃도는 후덥지근한 날씨는 과연 지구 반대편에 겨울이라는 게 있을까하는 착각마져 안겨주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여러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축구선수 마라도나, 어릴적 보았던 '엄마찾아 삼만리'란 만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나라, 탱고, 와인, 에바페론, 포틀랜드 전쟁, 그리고 체게바라... 20세기 한 때 전세계 4대 부국 중 하나였다는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산유국이자, 세계최고의 스테이크 생산국이며 우슈아이아, 파타고니아 등 넘쳐나..

[습작] 화무십일홍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보았다.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선해보이는 미소... 거의 10년만에 다시 설레임이란 감정이 솟아올랐다. 벌써 기주가 회사를 다닌지도 10년차인데 그녀가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도 아닌데 왜 이제서야 눈에 띄었을지 모를일이다. 혹시 경력사원으로 새로 입사했을까? 뛰는 심장 못지않게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부서일까? 결혼은 했을까? 나이는 몇 살일까? 사내 동아리는 무엇일까? 그날 부터 그녀는 기주의 눈앞에 수시로 등장했다. 구내식당에서, 업무회의에서, 회식자리에서 다른 부서와 조인트가 되면서 한두 마디 어깨너머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개인적인 대화의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날 기주는 친한 입사동기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습작] 새벽 고독

우각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어릴적 고향친구와 대학교때 여자선배가 꿈에 나왔다. 전혀 인연이 없을것 같았던 그들은 꿈속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던 여자선배는 평생 마음 속의 누군가였다. 말도 안된다고 선배의 손을 잡고 나오는 순간 잠이 깨었다. 깨고보니 커다란 시골 고향집에 혼자 였다. (우각은 스스로를 수행자라고 칭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득도한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 50세가 넘어 불교에 귀의했고, 지난 10년 동안은 산사가 아닌 고향집에서 홀로 지내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밖은 아직 칠흑같고 갑자기 방안의 냉기가 몸서리 쳐진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낙엽을 몰고와 귀찮기도 하지만 낮에는 상쾌하고 반가운 친구 같았다. 깊은 새벽에 들리는 바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