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 127

[단상] 예술, 종교, 라즈니쉬 그리고 경제성

십 수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모임(한국 IMC 연구회)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대면모임이 어려워진 상태라 월1회 하던 세미나를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매달 주제가 바뀌는 턱에 재미가 있는데, 최근에 했던 주제들을 보면 'LG생활건강의 지속적인 도약의 배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교육', '소니의 흥망성사', '홍보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의 비결' 및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현황' 등이 있었다. 바로 직전 주제가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현황'이었는데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전문가의 다양한 얘기에 우리가 겉으로만 알던 또 모르던 예술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얘기 중 이번에 집중해서 부각된 얘기는 크게 두가지 주제였다. 첫번째는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

[단상] 굿바이 윔블던

2019년 6월쯤 이었다. 여름휴가로 영국 여행계획을 짜고있었다. 비행기 티켓값을 줄여보려고 주로 저비용 항공사가 취항중인 gatewick공항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런던 시내 보다 저렴한 호텔을 시 외곽에서 찾다보니 공항에서 도심까지 동선상에 윔블던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서 zoom-out하면서 보다 세계 3대 테니스 대회의 하나인 윔블던 경기장 이름이 보이면서 20년전 옛 생각이 생생히 머릿속으로 흘러갔다. 20년전 대학원 2년차때 하루 오후 윔블던 경기를 관람했던 기억은 아직도 깊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사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카고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와있던 프랭크라는 미국인 친구가 마침 과제를 같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윔블던 경기를 보러가자고 제안하였다. 별로 스스로 활동적이..

[단상] 커피와 와인의 풍미(flavour)를 느끼는 법

올해 20살이 된 아이가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다. 아이도 처음에는 달콤한 커피믹스를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들하고 카페에서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라떼를 맛보고 오더니 집에와서도 이제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드립 원두커피에 우유를 타서 마신다. 필자가 20대 중반일때 까지만 어렸을적에는 소위 다방커피라고 하는 요즘의 믹스같은 커피만 마셨고, 자판기에서 블랙이라고 하는 것도 프림을 뺀 설탕만 넣은 커피정도 였다. 복학을 하니 서서히 종로, 강변역 인근의 카페에서 벌써 거의 25년 전인데도 카푸치노나 라떼를 5~6천원의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취업을 하고서도 소개팅을 하거나 모임이 있을때나 가던 장소였다. 약 20년전 고향에 내려갔더니 아버지는 여전히 다방에 가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

[단상] 가끔씩 전원을 껐다켜야 한다.

스웨덴의 인터넷망은 무선망(wireless)이나 유선망(wired) 모두 한국대비 느린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IT 기기의 속도때문에 답답한 적이 많다. 자주 백신프로그램과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기기를 정비하지만 별효과가 없다. 하도 답답해서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니 모바일기기나 노트북 그리고 인터넷 셋탑박스마저 가끔씩 컸다 키라고 한다. 실제해보면 그러는 과정에 알게모르게 설치된 쿠키나 CPU 속도를 잡아먹고있는 캐쉬메모리가 리셋이되어 비워지면서 다시 정상속도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문득 전산소(Computer Center)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했던 30년 전의 유사한 상황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사회에서 나를만나 아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워낙 백지에 가까운 수준이라서...) 나는 대학..

[단상] 흑백사진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총 4번 정도 서울에 왔던 기억이 난다. 첫번째는 막내고모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6살때 쯤 강릉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게 서울이었는지 정확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다시 물어본 적이 없다. 비행기를 탔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에 옆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넌 참 어린나이에 비행기를 타는구나 라고 했던 기억만 있다. 그때 이미지는 흑백인지 칼러인지 잘 모르겠다 두번째는 춘천에 살 때인데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당일치기로 기차를 타고 서울 구경을 왔던 기억이 있다. 이때부터는 비교적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우리집도 별로 여유가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그날 하루는 '화려한 외출'로 머릿 속에 내재해 있다. 기차를 ..

[단상] 현대물리학과 불교(낱생명 x 보생명 = 온생명)

2~3년전에 사두기만 했던 '나이듦 수업' 이라는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각했다. 50대 진입을 막 앞두었고 직장에서도 열정의 불꽃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 즈음에 우연히 서점에서 구매했다. 그러나 제목도 그렇고 비슷한 책은 이미 십여년전에 나왔던 인생2막 등 많아서 그냥 뻔할것 같아 괜히 샀다는 후회감과 그냥 구석에 처 박아 놓았는데 정말때가 되어서 그랬는지 옆에있는 수 많은 책을 제껴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인사이트와 깊이가 있다. 섹션중 물리학자인 장회익이란 분은 공부라는 주제로 여러가지를 얘기했는데,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물리학자로서는 언급을 안할 것 같은 약간은 종교적인 '낱생명, 온생명'이라는 것이 본인의 최종공부가 될것 같다는 주제를 얘기한다. 즉 우리 개인은 낱생명이고 이는 공기,..

[단상] 세 개의 삶(2019.5.25)

사람들은 세 개의 삶을 산다. '완벽한 타인' 이라는 국내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표현이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영화 내용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동성애서부터 최근에 개인들이 삶에서 겪는 사회적 이슈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럴듯하게 그려내었다. 얼마전 모 의원의 문화재와 관련 투자 사건으로 언론과 온라인이 시끌벅적하다. 지난 정권에도 검찰총장의 사생활이 언론과 나라가 혼란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당시 정권의 보복이라고도 했다. 그는 해당 조직에서는 비교적 존경받는 선배라고 했다. 모 여성 의원은 1년의 피부과 비용만 1억이라고 언론에 나와 구설수가 된적이있다. 해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업무능력이 유능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유..

[단상] 배경화면

오랜만에 40년 가까이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50줄을 넘어서니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동반된다. 화려한 술집, 고급 식당 이런곳 보다 시장골목 안쪽의 숨겨진 따뜻한 골방이 있는 맛집이 점점 더 좋아진다.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은 항상 재밌는 얘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들어섰거나 직장에서 소위 임원의 자리를 꿰찬 1~2명의 친구들 빼고는 다들 이제 본인 인생의 화려한시절?이 저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느덧 20여년을 다닌 직장에서는 꼰대 취급을 받은지 오래되었고,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다니는 거리를 다니기에는 어색한 나이가 된지도 꽤 되었다. 직장 뒷담화, 취미생활, 아이들 교육 이런 얘기들이 오가다가 역시 남자들..

[습작] 언젠가는

매일 할 일이 있었음을 매일 갈 곳이 있었음을 같이 식사할 가족이 있었음을 만나고 소통할 친구가 있었음을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는 튼튼한 이가 있었음을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괜찮았음을 두 눈의 시력이 온전함을 글을 읽을 수 있는 온전한 정신이 있었음을 소중하고 행복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며... 주변을 살펴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음을 어려운 친구를 돕지 못했음을 하고 싶었던 일을 못했음을 건강을 돌보지 않았음을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지 못했음을 아쉽고 후회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종마 -

[습작] 전단지

퇴근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20대 여성이 지하철 매장 앞에서 전단지 한 뭉치를 들고 서있다. 얼굴에는 지쳤거나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하루 종일 거부를 많이 당했는지 이제는 사람들에게 잘 다가 가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일단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면 좀더 구체적인 영업으로 이어진다 점심시간때 식당 근처의 이미 힘들어보이는 노인들이(주로 여성들) 음식점 전단지를 정신없이 나누어 주신다. 때로는 막무가내로 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가끔 안받고 지나가면 꼭 동료중 한 사람은 나도 전에 전단지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진짜 힘들고 장당 10~20원 겨우 받는데 좀 받아주라고 얘기한다. 조금만 지나면 길거리나 쓰레기통에 수북이 그 전단지가 버려져 있다. 다양한 매장이 많은 강남역 거리를 걷거나 유명 프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