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 127

[습작] 이방인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는 프랑스인 이지만 알제리에서는 프랑스에서 이주해 온 이방인이었다. 성장후 다시 프랑스로 왔지만 이번에는 알제리에서 온 이방인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시절 카뮈의 묘지를 파리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유족들은 그냥 카뮈의 정신적 고향인 루르마랭의 작은 공동묘지에 머물기로 하였다. 사후까지는 이방인이 되지않게 하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유추해본다. 그럼에도 루르마랭의 묘지에서 만난 카뮈의 묘지는 여전히 이방인의 묘지같은 느낌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사랑받은 피카소는 스페인에서 원주민이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사랑받은 피카소는 프랑스에서도 원주민이었다. 춘천에서 태어났지만 강릉 본가로 온 나는 이방인이었다. 강릉에서 서울로 온 나는 또 이방인이었다. 퇴직 후 고향으로 귀..

[단상] 요즘 내가 책 읽는 방법

나는 한국나이로 5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이해속도가 느리고 집중력이 부족하여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 누군가로 부터는 나에게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넓히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마음을 가다듬고 인격을 수행하라는 조언도 듣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책은 생존을 위한 식사, 몸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함께 일종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금 이라도 책을 읽어야지만 마음의 안정이 유지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폭발적으로 독서를 한 시기는 50년 인생에 세번정도 있다. 첫번째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집이 강릉 시내에서도 좀 떨어진 시골인지라 당시에는 주말에 차편도 별로 많지 않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수도 없었다. 공부가 하기 싫어질 때면 집안일 외엔 할게 없어서 어느 ..

[단상] 한국의 주입식 중심 교육은 앞으로도 필요할까?

스웨덴에 이주하고 택배를 집으로 받다가 경험한 이야기 이다. 스웨덴은 우리나라 처럼 집집마다 택배를 배달해주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근처의 편의점 등에 공간을 확보한 택배운영소에 가서 본인이 직접 찾아야 한다. 물론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다시 집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이 경우 통상 2~3일 만에 도착하는 한국과는 달리 배달 일정이 길어진다. 그것도 아파트 문앞까지 배달되지는 않고 건물아래까지만 배달해 주는 경우가 많기에 배달시간에 맞추어서 건물1층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한 번은 집까지 배달되도록 택배서비스를 신청하고 배달시간에 맞추어 내려가서 기다렸다(통상 기다리지 않으면 바로 택배운영소로 되돌아 가는 경우도 있기에 5~10분정도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 내려가 보..

[단상] 개발독재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개발독재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세대간/진영간 간극이 큰 작금의 시절을 바라보며 - 나는 마지막 386세대(지금은 586세대. 즉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 학번을 가진세대. 이하 86세대)이다. 재작년 조국 장관의 사태와 맞물려 한때 86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86세대를 한국의 세대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싶다. 86세대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령적/시대적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을 모든 것을 가진 기득권으로 보는 언론이나 여론은 객관적으로 보기힘들다. 왜냐면 솔직히 높은 학력, 연공서열, 경력중시, 순혈주의 등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문화를 볼때 지금 49세~ 50대 후반이 사회적 위치의 정점에 있을수 밖에없는 나이..

[단상]프로의 자세(True Professionalism)

난 소위 전문가의 길을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다. 30대 초반 전문가로 가는 길로 잠시 들어설뻔 했으나 결국 그 길을 가지 못했다. 위의 제목은 30대 초반 컨설팅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고 2년쯤 지나서 처음으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었을때 파트너가 사준 책의 제목이다. 아주 짧은 영어책이었는데 전문가로서 과제를 대하는 태도, 클라이언트와 사람들을 대하는 내용들이 나와있었다. 내가 불과 컨설턴트로 일한 기간은 6년이 채 안되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내 분야의 professional이 되려고 노력했던 기간이었다. 어떤 분야든 해당분야의 장인, 프로들을 대하면 느낌이 다르다. 불과 20대의 젊은 사람도 있고 70대가 넘은 노장들도 있다. 그래도 그들만이 주는 프로의 느낌은 비슷하다. 프로라고 다 세간에서 말하는 ..

[독서, 단상] 스트레스와 면역(3일만에 읽는 면역)

일본인 의사가 쓴 '3일만에 읽는 면역'이란 책을 거의 10년을 묵히다가 읽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책인데 2000년대 후반 건강과 스트레스에 이상이 생겨 관심을 갖다가 중고로 사놓았던 책이다. 책 꽂이를 볼때면 늘 언젠가는 보아야지 하고 생각하던 책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직 국내에는 면역력에 관련해서는 대중화가 덜 되었던 시절이라 당시는 이 책이 괜찮았다. 지금은 검색해보니 면역관련 서적이 여러 권이 출간되어 있다. 아마 더 좋은 책이 있을 수도 있다. 책의 내용은 약간 일반인을 위해 쉽게 써놓은 의학상식 서적같다. 워낙 일본은 면역기반 암치료법이 대세여서 그런지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면역과 임파구 면역이란 질병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본질적인 능력이므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

[단상] 하루종일 유투브를 보다

나는 고등학교때 이과를 선택했다. 막연히 가고 싶었던 대학의 학과는 역사학과와 천문학과 였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않았던 나는 하고싶은 역사와 천문학은 공대로 가서 취직을 통해 경제적 생활능력을 확보 후 취미로 공부해도 된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 당시 한편 속으로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취미로 하라니 아버지께서 나를 폄하하시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공대로 가서 취직을하여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살아왔다(나는 전공한 공대와 전혀 관계없는 경영분야인 영업, 마케팅쪽으로 취직을 했다). 동시에 역사, 천문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은 늘 나의 취미생활처럼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분야다. 아버지께서 조언하신대로 살아가고 있다. 나쁘지않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내가 궁금한 분야의 정보인 우주에 관한 내용..

[단상] 인종차별, 이방인, 이민자(2019.6월)

최근에 있었던 국내 A시의 시장이 다문화 가족 행사에서 그들의 자녀에게 잡종이라는 어이없는 단어를 썼다는 것에 우리사회의 수준이 아직 이정도 인가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5천년 역사를 가졌으면 무슨 소용인가? 5천년의 역사가 가치있을려면 아무리 산업적 현대화가 늦었더라도 문화인류학적 수준은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짧은기간에 산업화를 통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의 입구에 들어선 뛰어난 나라이다. 하지만 종교, 이민,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동성애 문제 등 지금 글로벌 차원에서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는 문화인류학적 이슈에서는 한참 후진국이다. 작년 제주도의 예멘 이민자 이슈를 다룬것은 차라리 고상하다. 나 또한 인종차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어떻게 그런 상황이 생기면 대응..

[단상]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방법

나이가 들다보니 일상에서 벗어나서 가끔씩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냥 산속이나 외진 곳에 혼자가서 있으면 그런게 가능할까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고 실제 가끔 그런 곳에 한두번 가보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아이도 학교를 다니고 있고, 가정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니 가끔씩 주말에 한 두번 깊은 곳으로 가는 것은 몰라도 일상에서는 자주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평생 그럴듯 싶다. 또 그런 곳에 들어가서 산다고해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 지면 내가 계속 깊은 곳에 있다고 느끼지 못할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나의 이런 생각을 아직도 매일매일 일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 그래봤자 별로 현실에서 달라지는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40이 넘은 어느순간 그냥..

[독서] 오리진 - 댄브라운(2019.5월)

- 필자가 독서노트를 쓰는 이유는 나중에 시간이 흘러 혹시라도 그 책이나 스토리를 다시보게되면 현재 이시점에는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가졌는지 재밌을 것같고, 책을 읽다보면 읽는 과정에 앞에서 읽은 부분을 까먹기도 하고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생긴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책을 마치고 오랜시간이 지나기 전에 정리하면 훨씬 많은 것을 나한테 남길 수 있다. 쓰고보니 어릴적 선생님들이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서 해주신 얘기와 같다. 그 때는 그렇게 쓰기 싫더니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쓰고 있다 - 이 책은 감사의 글이 맨 마지막에 나와있다. 대부분의 책에서는 책의 첫 부분에 감사의 글을 할애한 것과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아마도 저자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