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 122

[단상] 냄새에 대한 단상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냄새가 이슈가 되었다. 보통 조금씩은 느끼지만 그렇게까지 냄새라는 소재를 명시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인사이트가 있다. 다 바꿔도 냄새는 바꾸기 쉽지 않다고... 몇 년 전 한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을 잘못해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낙엽 타는 냄새에서 고향과 옛 추억을 떠올린다. 와인과 커피는 미각보다는 후각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 맛있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면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저절로 가슴속에 차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씻는 것을 귀찮아했고 당시는 집에 실내 목욕시설이 없어서 주 1회 정도 목욕탕에 가고는 했는데 한 번은 2주 만에 갔는데 목욕탕에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주변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누군가 더러운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주변..

[단상] 하이브리드 전성 시대

유튜브에서 우연히 아이돌스타인 소미의 영상을 보았다. 아이돌 스타로 성공했고 외모적으로도 뛰어나고 더구나 백인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상대적으로 나은 하이브리드 위치(인종차별 발언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학교, 친구 그리고 주변에서 한때 잡종이란 단어를 들어서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관련해서 오래전부터 쓰려다 묵힌 혼혈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mixed blood 혹은 혼혈보다는 일종의 같은 종내에서도 신분 계층 간의 관계로 인해 태어난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쓰일 수는 있으나 여기서는 혼혈이란 의미로 쓰겠다.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는 좋지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곳곳에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 그래서 ..

[단상] 비빔밥 예찬 -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나는 요식업 종사자가 아니다. 그러니 그 산업의 생태계를 잘 모른다. 그렇다고 미식가라서 음식을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평범 이하의 보통사람이다. 하지만 그래서 대중적인 보통사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또 마케팅업무가 주 업무였기에 음식이 아닌 마케팅관점에서 볼 수 있다. 내가 머무는 스웨덴에서 현지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젓가락을 써봤냐고? 의외로 제대로 하거나 우리처럼 주식사 도구로 쓰지는 않지만 써봤거나 가끔씩 쓰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70% 이상이 되는 느낌이다. 언제 써봤냐고 물어보면 탁 나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초밥이다. 그리고 베트남 쌀국수, 일본라면 및 기타 중국 음식들을 언급한다. 한식을 먹어봤냐고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지 많고 더 큰 이슈는 메뉴나 음식 카테고리명을 ..

[단상] 멘탈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해야할까?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아예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안 받고 자기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독불장군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개인적인 예술가 같은 사람이면 몰라도 권력자가 되면 주변에 큰 피해를 줄수도 있다. 역사 속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몇 가지 업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줏대가 센 사람들이다. 사실 주변의 얘기를 너무 수용하면 아무것도 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은 슬럼프에 잘 빠지지 않고 충격도 안 받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통상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면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받고 충격도 받지만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슬럼프에서 빨리 회복하는 경향이 있..

[습작 수필] 창밖을 보다 문득

창밖의 풍경은 이국적 유럽인데 갑자기 어릴 적 고향마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살고 있는 스톡홀름 아파트는 130년 정도 된 작은 건물에 있는 아파트인데 내부만 고쳐서 산다. 거리의 대부분 건물들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거리는 그냥 수십 년 전의 이곳과 크게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뉴욕이나 서울 같은 현대식 대도시 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밤이나 새벽에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새벽잠이 깨서 갑자기 고요한 느낌에 창밖을 보다 시간이 뒤로 흘러간 느낌이 들었나 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늘 강릉의 본가에서 지냈다. 할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에 돌아가셨는데 이미 수년간 병상..

[단상] AI, 잉여인간, 기본소득 주저리주저리...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실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좋다 나쁘다는 이슈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누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를 대체할 거다. 누구는 인류의 고유한 영역은 상당기간 로봇이 대체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양한 이슈 중에 제일 우려가 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기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여기서 인공지능 혹은 로봇은 문맥상 두 가지가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먼저 AI(+로봇)에 의한 직업의 대체는 정말 많은 곳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간단히만 얘기하겠다. 그리고 AI는 지금처럼 텍스트(LLM) 기반만의 모델이 아닌 멀티모달(시각, 청각, 촉각 등)이 조만간 될 것이고, 이때는 상당히 많은 직업 및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로봇만이 등..

[습작 단편] 그녀가 화장을 한다

기주는 아침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화장하는 아내를 보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인 기주는 늘 아내보다 늦게 출근하는 탓에 아내의 출근 준비를 바라보는 편이다. 오늘따라 거울앞에서 화장하는 그녀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느낌이 더 낯설다. 그 화장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느낌이다. 기주와 아내는 대학교 1학년때 만났고, 오랜기간을 연애한 후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결혼을 하였다. 20대 후반이 지나가면서 주변에서는 왜 결혼을 하지 않냐는 따가운 눈초리와 기주에게 많은 비판의 말들이 있었다. 너는 남자니까 몰라도 네 여자친구는 이렇게 오래기간 사귀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흠이된다고 하였다. 기주는 아내와 사귀던 시절에 늘 마음 한켠에 왠지모를 불안감이 있었다. 기주의 아내는 예나 지금이나 늘 기주에게 충실..

[단상] 시작이 두려운 누군가에게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작만 하면 그 일에 대해서 50%는 해낸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뭔가를 시작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시에 뭔가를 시작하는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시행착오와 함께 큰 배움도 있다. 어린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시작을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모르는 것이기에 그냥 생존을 위해서 시작할 뿐이다. 그건 부모님에게서 주어지는 환경과는 다른 본인과의 싸움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정도 생존의 기반이 준비되면 새로운 시작이 점점 어려워진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해득실도 따지게되고, 시작하는 그 순간의 어려움이 어떤지 경험적으로 알기에 두려워지는 면도 있다. 그럼에도 시작이 있어야 한다. 그 짧은 힘듦의 순간과 함께오는 배움의 기쁨은 상당하다. 이..

[단상] 챗GPT 출현이 가져온 공상

챗GPT의 출현은 나에게는 인공지능이 드디어 인류를 넘어서는 계기가 되는 전환점이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우리 인류가 만든 피조물로 알고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왔다.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coming)'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경이 인공지능이 인류의 결합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이 될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대략 20년정도 남은 셈이다. 유발하라리는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그런 인공지능이 현재의 인류를 넘어서는게 단순히 터미네이터 영화같은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얘기한다. 슈퍼지능을 넣은 인공지능칩을 우리의 뇌에 심고 그게 잘 결합되면 인류는 호모사피엔스에서 호모사이보그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류가 지구를 지배해도..

[독서] 이기적유전자 번외편

이 내용은 사실 책 보다는 최재천교수의 동영상을 보고 내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책에 대한 독서노트의 전체적인 구조를 마무리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최재천교수의 34분짜리 유튜브와 60분 특강을 검색해 보고 또 반드시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나는 이 책이 1976년도에 발행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이전에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지식에 대한 기반연구가 그정도로 있었다는게 더욱 대단하다. 먼저 유전자는 무엇인가?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생명체의 시작과 진화를 제공할 만큼 중요한 존재이다. 얼핏 책을 읽으면 그냥 유전자의 생존방식이 우리의 현재 행동을 결정한다고 받아드릴 만큼 책의 내용은 상세하고 설득력도 있다. 하지만 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