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 122

[단상] 시간: 때우다 흘리다 채우다

시간 - 때우다. 흘리다. 채우다 - 시간은 인류가 발견 혹은 발명한 최고의 상품중의 하나이다. 하루의 낮과 밤, 계절 등의 변화와 출생~성장~노화~죽음을 보면서 인류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달력과 시계라는 시간의 측정도구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드디어 시간을 선, 면, 공간에다 4차원을 구성하는 축으로 정의했다. 정말 대단한 결과물이다. 잠시 옆으로 빠져서 차원이란 물리학적 개념인데 축이 하나 추가되면 차원이 하나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수학적으로 보면 무한히 차원을 늘리는 게 가능하지만 입자와 공간을 연구하여 우주의 실체를 연구하는 물리학적 개념으로 보면 공간적으로는 3차원 이상은 불가능하나 아무리 XYZ에 축을 추가해도 3차원 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시간이란..

[습작 수필] 나의 영국 친구

[인물소개] 나의 영국친구(닐 픽커링) 나는 비교적 소심하고 사교적이지 못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맺은 인연이 그다지 넓지 않다. 그래도 몇 사람은 그 만남이 짧더라도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는 이제 70대 후반이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아버지 연배에 가깝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딱 서른 살 가을이었다. 영국유학시절 머물던 가톨릭 교파(faction)의 하나인 오푸스데이에서 운영하던 기숙사에서였다. 네더홀하우스라고 부르는 남학생들만 입주가 가능한 기숙사였는데 학생들도 학부에서 박사과정까지 연배가 다양했고, 학생이 아니더라도 직업을 가진 독신의 오푸스데이 가톨릭교도들도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당시 그는 ..

[단상] 들은자가 맞을까? 말한자가 맞을까?

- 들은 자의 기억이 정확할까? 말한 자의 기억이 정확할까? - 거의 십 년 전부터 심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비염이 심해서 과장되게 말하면 중학교부터 대학졸업 때까지 수업시간에 코가 막혀서 멍하고 앉아있을 때가 태반이었고 산소부족으로 늘 머리가 맑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너무 킁킁대는 소리와 수시로 코를 풀러 나가는 통에 선배들에게 여러 번 코를 고치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께서 도저히 안 되겠는지 수소문하시고 한약을 지어 오셨는데 꼬박 1년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럭저럭 살아갈만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다시 안 좋아졌다. 차를 운전하다가 심하게 졸음이 오는 사태가 계속되고 회사에서는 오후에는 화장실에 가서 20~30분이라도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습작 수필] 좋아하는, 어울리는

- 어울리는 계절, 좋아하는 계절 - 여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뭔가 나를 비롯한 주위가 전체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음을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여름이 가까워지면 남에게 보이기 위해 몸을 만들 나이가 훌쩍 넘었음에도 몸을 만들려는 마음은 여전히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서울의 9월은 온난화의 영향인지 십수 년 전부터 더워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매일 25~6도를 넘나들어 얇은 반팔티 하나로도 밤늦게까지 충분하다 스톡홀름에 돌아오니 벌써 낙엽이 한창인 깊숙한 가을이 느껴진다 공원을 걷는데도 두꺼운 긴 티가 필요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가을의 느낌을 가중시킨다 그녀와 같이 걸어도 을씨년스럽고 외로움이 밀려온다 기가 막히게도 나에게 어울리는 계절이다. ..

[습작 수필]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때로는 멋있는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원색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아주 오랜 기간 고민해 온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즉흥적으로 보인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무릎을 치며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여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 2019.0922 종마 -

[단상] 일본이 더 대단하지 않아요?

'아빠 그렇게 보면 일본이 더 대단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역사학과를 나오셨고 역사 선생님으로 교편생활을 시작하셨다. 나도 청소년기 시절에 잠시 역사책에 빠졌었다. 우리 집 마루에는 책들이 꽂혀있었고 그러다 읽은 책 중 아직도 기억나는 책이 중국의 고대사를 기술한 십팔사략이었다. 고등학생인 나의 아이도 역사책을 읽는 것을 즐겨한다. 내가 봐도 많이 읽었다. 때로는 나하고 논쟁해도 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일분쟁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일본에 대한 원색적인 욕을 많이 했나 보다. 아이에게 균형적인 시각 형성에 방해를 주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국가별 최근 50여 년의 GDP성장 동영상을 아이랑 같이보다 얘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힘이 생겼어 정말 대단한 나라야 50년 만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

[단상] 관습적, 관행적, 그리고 사회정의

관습적, 관행적, 보편적, 윤리적, 합법적, 그리고 사회정의 우리는 관행적, 관습적이란 이유로 많은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노약자에게 양보하는 일, 명절에 차례 지내는 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 신입생이나 신입사원이 신고식을 치르는일, 과거에 다운계약서를 체결했던 일, 음서제도, 고려장, 이력서를 과장하는 일, 해외를 보면 무슬림사회에서의 여성이 히잡으로 외출 시 얼굴을 가리는일 등등 대부분 오랜 기간 혹은 특정기간 동안 너도 나도 일반적 해온 행위이다. 이중에는 현재의 관점 혹은 특정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비윤리적, 비합법적인 일들도 있고, 시대를 넘어서서 지속되는 윤리적, 사회정의적인 일들도 있다. 또 그런 것에 상관없이 인간의 이기적/이타적 본능에 의해 오랜 기간 지속되는 행위도 있다. ..

[단상] 숙성의 시간

'숙성의 시간' - 앞으로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 김치, 치즈, 젓갈, 홍어, 나또, 스르스트뢰밍(북유럽식 삭힌 청어), 심지어는 신선함이 중요한 회, 고기도 상당히 많은 인류가 오랜 기간 좋아하는 음식은 숙성의 시간이 필요했다. 음식만 그러한가 배움 및 생각에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넣기만 하는 지식의 위험함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요즘 10~20대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그리고 교육정책가들이 만들어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우리 아이들을 10대 초반부터 성인이 되는 순간까지 숙성의 시간을 빼앗고 입시의 수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여전히 그러고 있다. 줄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부작용은 눈에 보이게 안 보이게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배..

[단상] Dynamic Korea(다이나믹 코리아)

Dynamic Korea!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던 슬로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이고 개인적으로는 한 20년은 더 유지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확실히 한 단계 더 점프하고 나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모토를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50을 막 넘어섰다. 100세 인생이라고 보면 중간을 넘어섰고 활동기라고 보면 앞으로의 20년 전후가 내 인생의 마지막 활동기이고 그 이후에는 정리기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정리기라고 해서 내가 건강만 하다면 활동적으로 살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적 단계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좀 그렇게 살고 싶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 나보다 한 세대 젊은 20대가 있다면 그들은 확실히 더 다이내믹하고 세..

[단상] 생존본능

'생존본능', 이 단어가 항상 마음속에 있기는 했으나 무엇에 내가 촉발되어 이 단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글을 쓰다가 중간에 길을 잃어서 한참 그냥 두었는데 엉뚱하게도 '기술의 충격(What Technology Wants)'이란 책을 읽다가 글을 마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2010년 보험사로 이직하여 10년 정도 마케팅과 신시장 개발업무를 담당했다. 보험사에 일하는 사람은 몰라도 일반인은 보험이란 영역이 여전히 어렵고, 불투명하며 뭔가 그런 느낌이 강하다. 특히 우리가 현실에서 주로 접하는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인 업무는 아무리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라이프플래너 등으로 이미지 쇄신을 해도 접근이나 직업으로 시작이 쉽지 않다. 아주 손쉬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계약이 몇 개 끝나고 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