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83

[단상]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스웨덴에 방문한 지인과 집사람과 셋이서 스톡홀름 인근의 오래된 마을 시그투나에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테이블이 많지 않은 태국음식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메뉴를 보며 식당의 분위기를 보며 편하게 우리말로 떠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식당은 분위기가 어떻다. 옆 테이블은 어느 나라 사람 같다. 음식이 맛이 어때 보인다 등등 아마 주변에 한국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조금 더 주의했을 것 같은 수준보다는 원색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표현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신경 쓰지 않았던 식당의 왼쪽코너의 테이블에 있던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50대 후반 ~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시아계 남자분이 셀프테이블에 배치된 물을 뜨러 가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지나가신다. 순간적으로 이런..

[단상] 서빙의 순서

우연히 들어온 작지만 세련되고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이탈리안 식당에서 단정한 40대 웨이터가 서빙을 한다. 작은 4인용 테이블이지만 안쪽에 앉은 아이, 집사람, 그리고 내 순서로 음식을 가져다준다. 해외 거래선 및 다양한 사람들과 식사경험이 많은 집사람이 아이에게 얘기를 해준다. 외국의 fine restaurant에 들어오면 서빙하는 순서대로 음식을 그냥 두라고 괜스레 윗사람이나 어른들 위한다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옮기지 말고... 웨이터들도 그들만의 서빙하는 순서가 있으니 그냥 두면 된다고 했다. 문득 오래전 캐나다 밴쿠버로 짧은 여행을 갔을 때 당시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소리가 떠올랐다. 캐나다에서는 성인남자가 가장 사회적 후순위라고 아이, 노약자, 성인여자, 강아지, 그리고 성인남자 그중에서도..

[단상] 샌드위치

스톡홀름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하는 시그투나라는 곳이 있다. 로마와 같은 유럽의 메인국가들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약 8백 년 정도 된 곳이다. 하지만 잘 보존되고 유지된 올드타운과 현대식으로 올드타운과 어색하지 않게 개발된 주변 뉴타운이 멋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것은 스웨덴 도시들의 대동소이한 특징들이다. 비교적 최근에 정비된 호수 근처를 걷다가 공원벤치에서 샌드위치류를 직접 준비해 와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이게 여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가슴속을 채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렇게 가볍고 저렴하게 식사를 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급하게 대충 사진으로 찍다 보니 그 순간 ..

[단상] 병문안

작년 몸 안에 안 좋은 위치에 많이들 생기는 용종의 크기가 커져 수술로 떼어내게 되었다. 주변에서도 가끔 하던 수술이라 나도 큰 걱정 없이 2박 3일 입원하고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했다. 가벼운 수술이라 가족과 자주 만나던 몇몇 친한 친구에게만 수술 전 거의 두 달 동안 여러 검사로 금주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얘기하게 되었다. 수술전날 입원하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친구 두 명이 다녀갔다. 별로 큰 수술이 아니어도 친구들과 가족들이 잠깐씩 다녀가는데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반가웠다. 가까웠던 분이 암이 발병하여 겨우 1년을 넘기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병문안을 가려고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본인과 가족의 상황이 어떤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 환자의 가족에게 문의하여 가도 괜찮은지 확인 후..

[단상] 냄새에 대한 단상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냄새가 이슈가 되었다. 보통 조금씩은 느끼지만 그렇게까지 냄새라는 소재를 명시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인사이트가 있다. 다 바꿔도 냄새는 바꾸기 쉽지 않다고... 몇 년 전 한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을 잘못해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낙엽 타는 냄새에서 고향과 옛 추억을 떠올린다. 와인과 커피는 미각보다는 후각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 맛있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면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저절로 가슴속에 차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씻는 것을 귀찮아했고 당시는 집에 실내 목욕시설이 없어서 주 1회 정도 목욕탕에 가고는 했는데 한 번은 2주 만에 갔는데 목욕탕에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주변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누군가 더러운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주변..

[단상] 하이브리드 전성 시대

유튜브에서 우연히 아이돌스타인 소미의 영상을 보았다. 아이돌 스타로 성공했고 외모적으로도 뛰어나고 더구나 백인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상대적으로 나은 하이브리드 위치(인종차별 발언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학교, 친구 그리고 주변에서 한때 잡종이란 단어를 들어서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관련해서 오래전부터 쓰려다 묵힌 혼혈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mixed blood 혹은 혼혈보다는 일종의 같은 종내에서도 신분 계층 간의 관계로 인해 태어난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쓰일 수는 있으나 여기서는 혼혈이란 의미로 쓰겠다.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는 좋지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곳곳에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 그래서 ..

[단상] 비빔밥 예찬 -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나는 요식업 종사자가 아니다. 그러니 그 산업의 생태계를 잘 모른다. 그렇다고 미식가라서 음식을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평범 이하의 보통사람이다. 하지만 그래서 대중적인 보통사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또 마케팅업무가 주 업무였기에 음식이 아닌 마케팅관점에서 볼 수 있다. 내가 머무는 스웨덴에서 현지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젓가락을 써봤냐고? 의외로 제대로 하거나 우리처럼 주식사 도구로 쓰지는 않지만 써봤거나 가끔씩 쓰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70% 이상이 되는 느낌이다. 언제 써봤냐고 물어보면 탁 나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초밥이다. 그리고 베트남 쌀국수, 일본라면 및 기타 중국 음식들을 언급한다. 한식을 먹어봤냐고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지 많고 더 큰 이슈는 메뉴나 음식 카테고리명을 ..

[단상] 멘탈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해야할까?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아예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안 받고 자기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독불장군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개인적인 예술가 같은 사람이면 몰라도 권력자가 되면 주변에 큰 피해를 줄수도 있다. 역사 속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몇 가지 업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줏대가 센 사람들이다. 사실 주변의 얘기를 너무 수용하면 아무것도 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은 슬럼프에 잘 빠지지 않고 충격도 안 받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통상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면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받고 충격도 받지만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슬럼프에서 빨리 회복하는 경향이 있..

[단상] AI, 잉여인간, 기본소득 주저리주저리...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실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좋다 나쁘다는 이슈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누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를 대체할 거다. 누구는 인류의 고유한 영역은 상당기간 로봇이 대체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양한 이슈 중에 제일 우려가 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기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여기서 인공지능 혹은 로봇은 문맥상 두 가지가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먼저 AI(+로봇)에 의한 직업의 대체는 정말 많은 곳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간단히만 얘기하겠다. 그리고 AI는 지금처럼 텍스트(LLM) 기반만의 모델이 아닌 멀티모달(시각, 청각, 촉각 등)이 조만간 될 것이고, 이때는 상당히 많은 직업 및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로봇만이 등..

[단상] 시작이 두려운 누군가에게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작만 하면 그 일에 대해서 50%는 해낸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뭔가를 시작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시에 뭔가를 시작하는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시행착오와 함께 큰 배움도 있다. 어린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시작을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모르는 것이기에 그냥 생존을 위해서 시작할 뿐이다. 그건 부모님에게서 주어지는 환경과는 다른 본인과의 싸움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정도 생존의 기반이 준비되면 새로운 시작이 점점 어려워진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해득실도 따지게되고, 시작하는 그 순간의 어려움이 어떤지 경험적으로 알기에 두려워지는 면도 있다. 그럼에도 시작이 있어야 한다. 그 짧은 힘듦의 순간과 함께오는 배움의 기쁨은 상당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