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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정의(올바름)에 대한 집착

법정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처럼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 처럼 특별한 소수나 혹은 완전히 세속적인 삶을 버린 사람이 아닌한 너무 정의롭고 바른말만 하고 또 그런방식으로 일하는 것 같은 사람은 오히려 때로는 의심스럽고 위험에 보인다고 하면 나의 판단이 이상한가? 특히 그가 현실적인 정치인이거나 사업가라면 더욱 그래 보인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먼지가 있는 사람이 오히려 신뢰감 있게 보인다. 자기와 가족을 어느 정도는 우선시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상식적으로 보인다.정의? 올바름? 적절함은 다분히 이론적이고 문화종속적이며 상대적으로 보인다. 밴담의 공리주의 이후 다수의 대중을 위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SNS 이후로는 그런..

[습작 수필] 구기자 차

어느 날 구기자 차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되었다. 구기자 차라는 말을 처음 듣고 맛보았던 기억은 20대 초반 친구들과 설악산 등반을 하는데 산장이나 가끔씩 높은 곳에 올라서 먹을 것을 등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사람들의 메뉴에서 보았다. 그때는 맛도 강했고 또 처음 보는 특이한 맛에 일종의 약차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오랜 기간 구기자 차를 굳이 마실일은 없었는데 어느덧 식품회사들이 티백형태로 대량 보급하면서 마시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늘 마시면 시 그다지 맛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단순히 자주 마시는 보리차, 커피나 녹차의 대안정도로... 나는 일상적으로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주로 마신다. 생수는 뭔가 밋밋하고 심지어 메밀차를 비롯한 다른 차들은 카페인등 성분이나 향 때문에 그런지 일상적으로 물처..

[단상]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스웨덴에 방문한 지인과 집사람과 셋이서 스톡홀름 인근의 오래된 마을 시그투나에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테이블이 많지 않은 태국음식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메뉴를 보며 식당의 분위기를 보며 편하게 우리말로 떠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식당은 분위기가 어떻다. 옆 테이블은 어느 나라 사람 같다. 음식이 맛이 어때 보인다 등등 아마 주변에 한국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조금 더 주의했을 것 같은 수준보다는 원색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표현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신경 쓰지 않았던 식당의 왼쪽코너의 테이블에 있던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50대 후반 ~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시아계 남자분이 셀프테이블에 배치된 물을 뜨러 가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지나가신다. 순간적으로 이런..

[단상] 서빙의 순서

우연히 들어온 작지만 세련되고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이탈리안 식당에서 단정한 40대 웨이터가 서빙을 한다. 작은 4인용 테이블이지만 안쪽에 앉은 아이, 집사람, 그리고 내 순서로 음식을 가져다준다. 해외 거래선 및 다양한 사람들과 식사경험이 많은 집사람이 아이에게 얘기를 해준다. 외국의 fine restaurant에 들어오면 서빙하는 순서대로 음식을 그냥 두라고 괜스레 윗사람이나 어른들 위한다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옮기지 말고... 웨이터들도 그들만의 서빙하는 순서가 있으니 그냥 두면 된다고 했다. 문득 오래전 캐나다 밴쿠버로 짧은 여행을 갔을 때 당시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소리가 떠올랐다. 캐나다에서는 성인남자가 가장 사회적 후순위라고 아이, 노약자, 성인여자, 강아지, 그리고 성인남자 그중에서도..

[스웨덴] 스톡홀름 샌드위치

스톡홀름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하는 시그투나라는 곳이 있다. 로마와 같은 유럽의 메인국가들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약 8백 년 정도 된 곳이다. 하지만 잘 보존되고 유지된 올드타운과 현대식으로 올드타운과 어색하지 않게 개발된 주변 뉴타운이 멋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것은 스웨덴 도시들의 대동소이한 특징들이다. 비교적 최근에 정비된 호수 근처를 걷다가 공원벤치에서 샌드위치류를 직접 준비해 와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이게 여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가슴속을 채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렇게 가볍고 저렴하게 식사를 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급하게 대충 사진으로 찍다 보니 그 순간 ..

[단상] 샌드위치

스톡홀름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하는 시그투나라는 곳이 있다. 로마와 같은 유럽의 메인국가들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약 8백 년 정도 된 곳이다. 하지만 잘 보존되고 유지된 올드타운과 현대식으로 올드타운과 어색하지 않게 개발된 주변 뉴타운이 멋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것은 스웨덴 도시들의 대동소이한 특징들이다. 비교적 최근에 정비된 호수 근처를 걷다가 공원벤치에서 샌드위치류를 직접 준비해 와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이게 여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가슴속을 채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렇게 가볍고 저렴하게 식사를 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급하게 대충 사진으로 찍다 보니 그 순간 ..

[독서노트]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 임명묵

위의 책은 몇 년 전에 쓴 독후감인데 최근 중국이나 중국인들의 변화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당시에는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보다. 아래는 독서노트이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중국현대 정치사회를 관통하는 책이다. 나는 1994년과 2004년에 중국에 2~3달씩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부터 관심이 생긴 중국에 대해 개인의 지엽적인 시각으로 보았던 농민공 이슈, 중국의 현대화 등이 흐름처럼 이해가 되었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정치사회를 서방세계의 시각을 강하게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우리 입장이 아니라 좀 더 중국공산당과 중국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한다. 기존의 중국에 관한 책들은 뭔가 관찰자의 피상적 느낌이라면 이 책은 마치 그들의 속내에 들어가서 ..

[단상] 우주, 불교, 일상

직장을 그만두고 휴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고 다양한 영역의 동영상과 책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한때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기에 우주 관련한 다큐멘터리는 늘 즐겨보는 장르다. 과거에 이따금씩 보던 신기한 영상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영상, 이해는 잘 못하지만 관련된 물리학 설명 등을 듣고 우주라 고하는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니 정말 하찮다. 내가 하는 그 무엇도 정말 하찮은 일이다.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도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잘못하면 허무주의에 빠질만한 위험스러운 심리현상이 발생한다. 당장 매일 먹고살기 위해 쫓기던 젊은 시절에는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이나 심리적 허무감이 파고들 여유가 없었다. 나이가 들고 소위 반쯤 퇴직한 시점이 되니..

카테고리 없음 2024.10.21

[단상] 병문안

작년 몸 안에 안 좋은 위치에 많이들 생기는 용종의 크기가 커져 수술로 떼어내게 되었다. 주변에서도 가끔 하던 수술이라 나도 큰 걱정 없이 2박 3일 입원하고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했다. 가벼운 수술이라 가족과 자주 만나던 몇몇 친한 친구에게만 수술 전 거의 두 달 동안 여러 검사로 금주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얘기하게 되었다. 수술전날 입원하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친구 두 명이 다녀갔다. 별로 큰 수술이 아니어도 친구들과 가족들이 잠깐씩 다녀가는데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반가웠다. 가까웠던 분이 암이 발병하여 겨우 1년을 넘기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병문안을 가려고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본인과 가족의 상황이 어떤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 환자의 가족에게 문의하여 가도 괜찮은지 확인 후..

[단상] 냄새에 대한 단상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냄새가 이슈가 되었다. 보통 조금씩은 느끼지만 그렇게까지 냄새라는 소재를 명시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인사이트가 있다. 다 바꿔도 냄새는 바꾸기 쉽지 않다고... 몇 년 전 한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을 잘못해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낙엽 타는 냄새에서 고향과 옛 추억을 떠올린다. 와인과 커피는 미각보다는 후각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 맛있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면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저절로 가슴속에 차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씻는 것을 귀찮아했고 당시는 집에 실내 목욕시설이 없어서 주 1회 정도 목욕탕에 가고는 했는데 한 번은 2주 만에 갔는데 목욕탕에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주변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누군가 더러운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주변..